르피가로와 인터뷰서 지상전 제외 ‘부분 휴전’ 언급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달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분 휴전’하는 계획을 영국과 함께 수립 중이라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루크 폴라드 영국 국방부 부장관은 휴전 형태에 대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블룸버그, AFP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일간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공중·해상 및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대한 1개월 휴전 계획을 공동 제안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하면서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휴전 대상에 지상전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선이 광범위해 휴전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에서 논의 중인 평화유지군에 대해선 “몇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롱 대통령은 2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주재로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비공식 정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논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를 주재한 스타머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별도로 회동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한 달간 중지하자는 아이디어도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스타머 총리도 회의 당일 영국, 프랑스와 한두 곳의 다른 국가가 우크라이나와 협력해 전투를 중단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부분 휴전안 발언이 공개되자 루크 폴라드 영국 국방부 부장관은 3일 타임스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휴전이 어떤 형태일 지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익명의 영국 정부 당국자도 “미국 및 유럽 파트너국들과 합의가 필요한 다양한 옵션이 검토되고 있으나 1개월 휴전은 합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반응은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간 중재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이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각국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3.5%로 늘리자고 제안한 사실도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는 지난 3년간 GDP의 10%를 방위비로 지출했다”며 “우리도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더 많은 유럽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계획이다.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정상들이 유럽 안보에 대한 책임을 늘리고 나토 내에서 방위 지출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나토는 오는 6월 연례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방위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현재 ‘GDP의 최소 2%’인 가이드라인이 적어도 3% 이상으로 상향될 것으로 관측된다.

2024년 기준 GDP의 2% 목표치를 이행 중인 국가는 전체 32개국 가운데 23개국이다.

미국은 GDP의 약 3.4%를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이 GDP의 5% 수준으로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fo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