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대응”

회생절차에도 일반상거래채무 전액변제·직원임금 지급

홈플러스 본사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 본사 [홈플러스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많은 개선사항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 악화로 적자가 장기화되고, 재무부담도 과중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홈플러스는 부채비율과 매출 측면에서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462%로 1년 전보다 1506% 낮아졌다. 직전 12개월 매출은 7조4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대형마트·익스프레스·온라인 등 모든 채널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한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거래 역시 원활하게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된다.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홈플러스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월 말 현재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으로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회생 결정으로 금융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부담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현금수지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홈플러스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는 유통업 특성상 1~2개월간 약 1000억원의 잉여현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에 대해 바로 개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가 지금까지 한 번도 채무불이행을 한 적이 없고,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다. 회생계획 확정시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잔여 계약 기간 모든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부채를 제외하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홈플러스의 실제 금융부채는 약 2조원 정도인데, 홈플러스는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진 대형마트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구매채널의 온라인 이동, 쿠팡 및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급격한 성장 등 삼각 파고에도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하며 영업 실적 개선에 전념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자금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임직원, 노동조합, 주주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홈플러스 실적 개선을 위해 지난해 김광일·조주연 2인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진을 재정비한 바 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