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상위 20곳 자료 분석
경기부진→상환능력 하락 영향
대부업체, 이용객 감소 수익 악화
진입금액 상향 대부업법 개정안
서민, 불법사금융으로 내몰수도

경기 부진 영향에 저신용자의 대형 대부업체 연체율이 2년 연속 10%대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업체 수익성도 악화돼 상위 20곳 당기순이익이 2년 전 대비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갈 곳 잃은 취약계층은 불법사금융으로 더욱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부업체 상위 20곳(개인대출 자산 규모 기준)의 연체율은 10%였다. 2022년 7.9%에서 2023년 10.6%로 뛴 뒤 2년 연속 10%대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최근 경기 부진으로 대부업체의 주요 고객인 저신용자(6~10등급)의 상환 능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형 대부업체의 사업성도 악화일로다. 작년 한 해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당기순이익은 1417억원이었다. 1년 전(1520억원)보다 6.8% 줄었다. 2022년(2643억원)과 비교하면 46.4%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최근 저신용 차주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부업체의 대손비용(회수 불능이 된 금액)이 많이 늘었다”며 “대부업체 숫자도 감소세라 그런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대손상각비는 3787억원 규모다.
대부업체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출 규모나 이용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상위 20개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3조2809억원이었다. 2022년 말 3조8267억원에서 2년 새 14.3%가량 감소했다. 이용자 수 또한 2022년 말 51만9801명에서 2023년 말 44만3685명, 지난해 말 44만2411명 등 계속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갈 곳 잃은 저신용자는 불법 사채 등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금감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서 진행한 상담·신고 건수는 1만2398건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9%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6000~9000건 수준이었던 것이 최근 2년 새 급증한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불법사금융 상담·신고 건수는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2022년 1만913건, 2023년 1만3751건 등으로 늘고 있다.
피해 유형을 보면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 관련이 560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채권추심 2429건 ▷고금리 1868건 ▷불법광고 1390건 ▷불법 수수료 584건 ▷유사수신 523건 등의 순이었다.
금융권에서는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여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5만3000~9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대부업 진입 금액을 대폭 상향한 대부업법 개정안이 7월 시행되면 전국 대부업체가 대폭 정리되고 자칫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며 “서민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면서 부작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공급을 지난해 1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2000억원으로 두 배 높여 취약 차주가 불법사금융에 빠지지 않도록 유도할 계획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저신용자 대출요건(신용평점 하위 10%) 등을 충족하는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에서 차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럼에도 한 대부업권 관계자는 “우수대부업자의 차입금리가 7.5~8%인 데다 연체율도 11~14%에 달해 이 둘만 합쳐도 18% 금리가 나온다”면서 “법정최고금리제한인 20%에 막힌 대부업자가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신용도가 높은 차주에게만 대출을 제공하게 되면서 저신용자에게 돌아갈 대출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승원 의원은 “대부업체의 문턱이 높아지며 저신용자가 갈 곳을 잃은 채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불법사금융 근절과 함께 서민 금융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하루하루 생계를 고민하는 분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벼리·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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