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평균 관세율 0.79% 수준...FTA 협정으로 대부분 무관세

전문가 “WTO MFN 관세율 오해로부터 비롯”…“근거없다”는 분석도

방위비 등에서 협상카드 활용 가능성…상호관세 부과 가능성 높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는 주장에 우리 정부는 즉각 “사실과 다르다. 미국 측에 이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다음달 2일부터 부과될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에서 한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의 제품에서 무관세가 적용된다며 “주미한국대사관과 다양한 통상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작년 기준 0.79% 수준으로, 환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0%다.

다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3.3%)의 4배 수준으로 높다.

이때문에 트럼프 4배 관세 발언은 WTO 최혜국대우(MFN)의 단순 평균 관세율에 근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의 MFN 단순 평균 관세율은 미국에는 적용되지 않아 트럼프의 발언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일단 ‘4배’라는 숫자는 무슨 근거로 말했는지 가늠이 어렵지만 WTO 최혜국대우에 따른 양허세율이 있는데 한국과 미국이랑 비교하면 대충 4배가 된다”며 “다만, 트럼프가 이것을 염두에 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한국 관세 4배’ 주장이 사실상 억지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젤렌스키 지지도가 4%라고 언급한 것처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본인의 의도를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발언일 뿐”이라며 “4배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렇게 많냐’는 반응이 나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발언으로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하게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4배는 한국이 불공정하게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던진 숫자라는 것이다.

한국은 한미FTA에 따른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최근 3년간 연평균 27.5%의 증가율로 대미 무역 흑자가 늘었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557억달러(81조원)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은 지난해 미국을 대상으로 8번째로 많은 무역흑자를 올린 국가에 올랐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8번째로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 리스크 팀장은 “앞으로 다양한 협상이 개시되면 트럼프로부터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하게 무역흑자를 많이 내고 있다는 것과 이를 바로잡고 싶다는 것을 모두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방위비 등 다른 분야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과장된 발언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태황 명지대 교수는 “트럼프 발언은 맥락으로 봐야 하고, 관세 부과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며 “미국이 지난해 기록한 9천200억달러 무역적자를 메우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조선산업 협력과 관련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불공정 이득을 올리는 국가로 지목한 만큼 다음 달 상호관세 부과는 거의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이태규 팀장은 “4월 2일이 돼봐야 하지만 관세는 국가별이나 품목별이 될 수 있다”며 “FTA를 다시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고,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시됐다”고 해석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