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글로벌 반도체 경기 평가’ 보고서

“1분기 중 낸드 메모리 감산, HBM 생산 이연”

韓, 낸드 메모리 출하량 올해 6.6% 감소할 것

중국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늘어…5.4% 증가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으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폭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사진은 반도체 공정 현장 [헤럴드DB]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으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폭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사진은 반도체 공정 현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홍태화·유혜림 기자]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증가 폭이 지난해 대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예상보다 빠른 AI(인공지능) 수요 확산은 반도체 산업 상승 요인으로 꼽히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과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으로 인해 수출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6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 반도체 수출도 최근 글로벌 흐름에 영향받아 금년중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하겠으나, 증가폭은 기저효과 등으로 지난해보다는 축소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1분기 중에는 낸드 메모리 감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이연 등의 영향으로 국내 반도체 생산과 수출의 일시적 조정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조사기관인 가트너(Gatner)사의 지난해 12월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한국(삼성전자·SK하이닉스·솔리다임 기준)의 낸드메모리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6.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8% 감소에 이은 2년 연속 감소세다. 반면, 중국(YMTC) 출하량은 지난해 23.9% 증가에 이어 올해에도 5.4% 늘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중국 낸드 메모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8%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10%를 돌파, 올해 12%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금년 중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HBM 등 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겠지만, 고·저성능 부문간 업황 차별화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구형 낸드 등 저성능 반도체의 경우 정보통신(IT)기기 수요회복 정체, 중국 공급확대 지속 등으로 조정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 하방 위협에 대해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추격, 미국의 반도체 고율관세 부과 등 주요국간 통상갈등은 하방리스크로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HBM 매출 전망, 한국·중국 낸드메모리 출하량 전망 [한국은행 제공]
HBM 매출 전망, 한국·중국 낸드메모리 출하량 전망 [한국은행 제공]

반도체 수출 증가세 둔화에 대한 우려는 업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앞선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이 1분기 일시적인 판매 제약에 부딪힐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1일 열린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3분기부터 HBM3E 8단, 12단 제품을 양산·판매하고 있으며, 4분기에는 다수의 GPU 공급사와 데이터센터 고객향으로 HBM3E 공급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3E 개선 제품도 계획대로 준비 중이며, 일부 고객사에는 1분기 말부터 양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공급 증가는 2분기부터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분기에는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와 삼성전자의 개선 제품 계획 발표 이후 고객사들의 기존 수요가 개선 제품으로 이동하면서,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순철 삼성전자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직접 나서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 현재 경영 현황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으며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슈는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반드시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우리 반도체 산업은 중국의 추격, 주요국간 AI패권 경쟁 격화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어려운 통상환경을 극복하고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스템반도체·팹리스 분야에서의 역량 강화, AI소프트웨어 등과 연계한 AI생태계 구축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한편 한은은 무역분쟁 격화로 인한 국내 주식시장 충격은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미국 신정부 관세정책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보편관세 확대 및 이에 대응한 각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으로 무역분쟁이 확산·장기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의 관세정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트럼프 1기에 비해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주가는 반도체 등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미 신정부 출범 전에 이미 크게 하락하고 밸류에이션도 장기평균을 상당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시장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코스피(KOSPI) 하단이 2400선에서 확인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미국의 관세정책 관련 리스크가 이미 주가에 일정부분 반영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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