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DB]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교제 폭력에 시달리다가 집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40대 여성에 대해 정당방위를 적용해야 한다고 여성단체들이 주장했다.

전국 3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군산 교제 폭력 정당방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6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제 폭력은 (피해자가) 죽거나 (가해자를) 죽여야 끝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군산 교제 폭력 사건’은 A(43·여) 씨가 지난해 5월 11일 군산시 한 주택에 불을 질러 술에 취해 잠든 남자친구 B 씨를 살해한 것을 말한다. A 씨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고,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A 씨는 범행 당시 자신이 지른 불이 주택 전체로 번진 이후에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A 씨는 ‘방화 이후에 현관을 나와 화재를 지켜본 이유가 무엇이냐?’는 수사관 질문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만약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라고 진술했다.

B 씨와 5년간 사귀면서 폭력에 상습적으로 시달렸다는 것. B 씨는 2023년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으나 이후에도 A 씨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너 때문에 감옥 갔다”며 A 씨의 목을 조르거나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을 거듭했고, 심지어 흉기를 목에 갖다 대거나 몸을 담뱃불로 지져 큰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공대위는 “끔찍한 교제 폭력에서 생존한 여성이 징역 12년을 선고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피해자는 23번이나 경찰 신고를 했는데도 어떠한 보호조치도 받지 못하고 살기 위해 불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되레 교제 폭력을 방치한 경찰, 교제 폭력에 대해 가벼운 처벌을 한 판사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닌 교제 폭력 생존자의 방화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라”고 강조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