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J, 민감한 정치·외교 갈등 다루며 영향력 높아져

향후 2년에 걸쳐 후보 적합성 홍보·지지교섭 예정

외교부는 백진현 전 국제해양법 재판소 재판관을 2026년 말 치러지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외교부는 백진현 전 국제해양법 재판소 재판관을 2026년 말 치러지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외교부는 백진현 전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이 한국인 최초로 2026년 말에 실시된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ICJ)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하게 됐다고 6일 밝혔다.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가 동시에 투표를 진행해 양측에서 절대 과반을 얻으면 최종 당선된다.

백 전 재판관은 1958년생으로,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로서 외교안보 연구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법을 가르치고 연구해온 학자다.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재직했고, 그중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재판소장을 지냈다.

백 전 재판관은 다수의 국가 간 중재 사건에서 재판관, 또는 재판장을 맡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의 학술협회인 국제법학술원의 유일한 한국인 종신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백 전 재판관은 풍부한 국제재판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보유한 국제법 전문가로서 ICJ 재판관으로서 최적의 후보자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ICJ는 UN의 주요 협업 기관이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국제재판기구로서, 임기 9년의 재판관 15명으로 구성된다. 3년마다 5명의 재판관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선거하고 있으며 연임도 가능하다.

ICJ는 국가 간 분쟁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중요한 국제연합(UN) 기관이다. 순수 법리적 사안뿐만 아니라 민감한 정치, 외교적 갈등 현안들도 다루면서 그 국제적 영향력이나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ICJ 재판관 선거에 후보자를 낸 적이 없었고, 그에 따라 한국인 ICJ 재판관도 없다. 이에 백 전 재판관은 ICJ 재판관 선거에 입후보하는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외교부는 그간 관계 부처 및 기관, 학계 등에 대한 의견 조회, 그리고 외교·법조계의 전직 고위 인사들의 의견 청취, 그리고 국제사법기관인 상설중재재판소(PCA) 국별 재판관단과의 협의 등을 통해 2026년 ICJ 선거 입후보 필요성과 후보자 등에 대한 국내적 공감대를 확인했고, 그 결과 백 전 재판관이 후보자로 결정됐다.

ICJ 규정상 재판관 후보자는 정부가 아니라 PCA 국별 재판관들이 지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PCA 재판관은 4명으로, 이들이 백 전 재판관을 후보자로 지명하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외교부는 다만 “다른 나라와의 특정 현안이나 쟁점 사안을 염두에 두고 입후보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우리의 변화된 위상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진출하지 못했던 유일한 주요 국제기구인 ICJ에 언젠가는 도전해야 한다는 전문가와 정부의 공통된 판단으로 입후보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ICJ 재판관 선거는 결코 쉬운 선거는 아니며, 결과 예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국익과 국가 위상을 고려할 때 언젠가는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과제이며 그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 지금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백 전 재판관 또한 이번 입후보가 자신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마음으로 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선거까지 남은 약 2년 동안 다른 나라에 대한 지지교섭 등을 포함한 장기 캠페인을 시작한다. 백 전 재판관에 대한 자질, 역량, 전문성, 공정성, 독립성을 홍보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8명의 후보자가 입후보를 마쳤다. 각 후보자의 국적은 한국,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 케냐, 감비아 등이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