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팀 활동 중 림프종 진단…치료 마치고 첫 주전선수 발탁

서울성모병원 주치의 이재욱 교수 “건강하게 잘 해내길” 응원

수원FC 유소년팀의 강민재 선수가 항암치료를 받을 당시의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수원FC 유소년팀의 강민재 선수가 항암치료를 받을 당시의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항암치료를 위해 박박 깎은 머리를 만지면서 그라운드가 그리워 눈물을 흘렸다. 힘겨운 항암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은 앞으로 축구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소아암은 인생의 전부를 함께한 축구에 대한 열정을 꺾지 못했다. 다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서기 위해 힘겨운 투병 생활을 잘 이겨낸 축구 꿈나무를 향해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애정이 어린 응원을 보냈다.

서울성모병원은 7일 혈액암을 이겨낸 축구 꿈나무 강민재 선수(마장중학교 3학년)의 2025년 리그 첫 경기가 오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민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축구에 재능을 보이면서 5학년이던 2021년 2월 수원FC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공격수로 활약한 지 얼마 안 된 같은 해 6월, 민재의 엄마는 훈련이 끝나고 집에 온 민재 목에 작은 혹을 발견했다.

집 근처 병원에서 림프샘이 부었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갑자기 호흡곤란이 찾아와 급하게 서울성모병원을 찾았고, 상상하지도 못한 혈액암 중 하나인 ‘T-세포 림프모구성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평소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노는 것도 잘했던 민재였지만, 갑자기 시작된 투병 생활은 힘들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민재는 축구 전지훈련 중인 친구들 생각에 매일 울었다.

수원FC 유소년팀 강민재 선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수원FC 유소년팀 강민재 선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축구를 향한 꿈으로 힘든 치료를 버텨낸 민재는 항암치료 중 2023년 1월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처음에는 치료 기간 중 몸의 근육이 다 빠져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축구장에 가긴 했지만 5분 정도 겨우 경기를 뛰고 나면 벤치를 지켰다.

큰 병을 낫기만 하고 언제든지 돌아오라는 구단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민재는 몸을 회복하며 축구 선수로서 예전의 기량을 서서히 찾았다.

주치의인 이재욱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소아혈액종양센터장)는 “힘든 항암치료를 잘 마치고 다시 좋아하는 운동을 해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원하는 축구를 건강하게 잘해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보호자는 “큰 대회 출전 시 항암제로 인해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어지럽고 매우 아파 힘들어하면서도, 운동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좋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라며 “민재가 경기에 다시 뛸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가족들과, 병원 의료진, 학교와 구단 관계자분과 친구들을 비롯해 민재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큰 힘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손흥민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는 민재는 “손흥민 선수가 힘든 치료를 이겨낸 것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라고 직접 손 편지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되어서, 제가 아팠을 때 도와주셨던 모든 분에게 꼭 보답해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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