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생산 車 2대 중 1대, 미국행

트럼프 관세 부과시 가격 경쟁력 밀려

업계 “유동성 등 정책자금 지원 방안 요청”

경기 평택항 내 기아자동차 수출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헤럴드경제DB]
경기 평택항 내 기아자동차 수출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비상에 걸린 가운데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박동일 제조산업정책관 주재로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 회의’를 열고 미국 관세부과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현대자동차, 한국GM과 산업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코트라 등이 참석했다. 민관 대미협력TF는 지난해 11월 산업부 장관 주재 자동차 업계 영향 점검회의 이후 구성된 후 운영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자동차는 지난해 대미 수출 1위 품목(347억4400만달러)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170만 대 가운데 59%(101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했다. 한국GM의 미국 수출 물량은 41만8782대로 전체 생산량(49만9559대)의 83.8%에 달했다.

현대차(63만 대)와 기아(38만 대), 한국GM(42만 대)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모두 143만 대다. 전체 자동차 수출 물량(279만 대)의 절반 이상이 미국행 선박에 실린 셈이다.

트럼프 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차값도 관세율만큼 오르게 된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투싼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8605달러(약 4118만원)부터다. 여기에 25% 관세가 붙으면 대략 5000달러(약 720만원)를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은 생존이 걸려있다. 관세율이 높게 책정되면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 생산 물량을 미국 공장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로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와 방한 중인 GM 본사 부사장이 전날 오전 비공개 면담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대응 방향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면 차 부품·소재 협력사 등도 타격을 입어 자동차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와 경쟁국과의 경합 격화 등으로 우리 자동차 수출에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국내 부품산업의 충격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계의 투자가 미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서 “양국 간 공급망의 연결성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는 만큼, 민관의 협력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수출 다변화, 부품산업 생태계 지원, 유동성 등 정책자금 지원을 포함한 대응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부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산업계 의견 수렴과 건의사항을 관계부처와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다음 달 중으로 대응방안을 조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