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한 진 해크먼. [AP]
1993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한 진 해크먼. [AP]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이 부인 벳시 아라카와 사망 후 일주일 만에 심장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7일(현지시간) 미 뉴멕시코주 수사당국에 따르면, 해크먼은 지난달 18일께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부인인 피아니스트 벳시 아라카와(65)가 11일 사망하고 일주일 가량 지난 뒤다.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 헤더 재럴은 “95세였던 진 해크먼 씨의 사인은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이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65세였던 벳시 (아라카와) 해크먼 씨의 사인은 한타바이러스, 폐 증후군”이라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지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감염되면 독감과 비슷한 발열, 근육통, 기침, 구토,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결국 부인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관련 증상을 앓다 숨졌고, 해크먼은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일주일가량 지난 뒤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결론이다.

지역 보안관 애던 멘도사는 해크먼이 집안에 부인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있었던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재럴 검시관 역시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지난달 26일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라카와 시신은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으며, 욕실 옆 부엌 조리대 위에는 약병과 약이 흩어져 있었다. 두 사람 시신에는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 초기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의심됐지만, 멘도사는 “시신의 일산화탄소 독성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크먼은 196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미국의 신세대 감독들이 연출한 새로운 영화를 일컫는 ‘아메리칸 뉴웨이브 시네마’의 중요 배우 중 한명으로 꼽힌다.

1967년 아서 펜 감독이 연출한 범죄·로드무비 ‘보니와 클라이드’(한국 개봉제목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워런 비티, 페이 더너웨이와 함께 출연해 오스카(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해크먼은 1971년 개봉한 ‘프렌치 커넥션’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1992년 개봉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는 등 연기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슈퍼맨’ 시리즈, ‘노웨이 아웃’, ‘미시시피 버닝’,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로열 타넨바움’ 등이 있다.

부인인 아라카와와는 1991년에 결혼했으며 2004년 은퇴한 이후 뉴멕시코에 살았다.


min365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