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우호지분 과반 확보

교보생명을 둘러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이 13년 만에 일단락되면서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걸었던 만큼 적극적인 보험사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은 물론, 새로운 동반관계를 통해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풋옵션 분쟁 해결 이후 지주사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10일 밝혔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 동력 발굴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투자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는 “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신 회장은 지난 7일 13년간 이어진 풋옵션 분쟁 리스크를 털어냈다. 오랜 법적 분쟁을 이어오던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 중 어피티니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을 제3의 기관에 매각하면서다. 이 컨소시엄은 과거 2012년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했으나, IPO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신 회장과 컨소시엄 측은 매각 가격을 두고 법적 갈등을 이어왔다.
이번 매각을 통해 어피니티와 GIC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각각 일본계 금융그룹인 SBI그룹과 신한·한국투자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넘어갔다. 이로써 신 회장은 본인과 특수관계인(39%), SBI그룹, SPC 등 과반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주도적인 경영 및 사업 추진에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 회장의 최우선 목표는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이다.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지주사 전환을 구상했으며, 2023년 보험사 중심의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계획을 공식화했다. 생명보험업만으로는 인구구조, 기후 변화 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주요 보험사 M&A 대상으로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시탁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보험, 저축은행, 캐피털 등 금융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보험·금융 자회사 M&A를 통해 얼마큼 효과를 낼 수 있느냐가 향후 계획 중인 IPO 도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구원투수로 등장한 SBI그룹과 교보생명 간 협력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SBI그룹과 교보생명의 관계는 2007~2009년 교보생명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2022년 동남아시아 벤처캐피탈(VC) 투자 공동 운영 등으로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디지털금융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신 회장은 SBI그룹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디지털 금융 전략에서도 비슷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 관련 신사업 확대, 국내외 신사업 진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며 금융·비금융 계열사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SBI그룹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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