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중간발표

조종사들, 세 차례 좌표 확인 기회 놓쳐

“여러 단계 확인 못한 것은 중대한 잘못”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 기자회견에서 사과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공군 전투기 포천 민가 오폭 사고의 주원인이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로 좁혀지고 있다.

그런데 당시 편조를 이뤄 비행과 폭격에 나선 KF-16 1번기와 2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입력한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군은 10일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내용을 중간 발표했다.

공군은 지난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지역에서 KF-16 2대가 공대지폭탄 MK-82 8발을 잘못 투하한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비행기록장치 확인과 조종사 조사, 관계간 진술 등을 조사해 사고 상황과 원인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사고 전날 KF-16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위도 7개, 경도 8개의 좌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위도 ‘xx 05.xxx’을 ‘xx 00.xxx’로 잘못 입력했다.

결국 15개 위도와 경도 좌표 중 경도는 제대로 입력했지만 위도 숫자 1개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초유의 오폭 사고로 이어지고 만 셈이다.

좌표가 잘못 입력된 경위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공군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불렀는지,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도 ‘05’를 ‘00’으로 잘못 입력한 것은 명백한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에 두 사람만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만 아는 것”이라며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1번기와 2번기 조종사는 자신이 제대로 좌표를 불러줬는지, 아니면 제대로 입력했는지 정확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공군관계자는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게 누구의 실수였는지 밝히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이동 경로를 포함해 많은 좌표를 한꺼번에 불러주고 입력하면서 순간적으로 잘못 입력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실무장사격이라는 엄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가장 중요한 표적 좌표 입력 실수를 여러 단계 확인 과정에서 바로잡지 못한 것이야말로 중대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공군 내에선 JMPS 키패드 상 숫자 ‘0’과 ‘5’가 떨어져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조종사들의 실수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사고 당일 데이터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에 저장해 전투기에 연동하는 과정에서 2번기 조종사는 조종석에서 수동으로 정확한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 조종사는 이때도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시 1번기 조종사는 비행에 나선 뒤 사격 직전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비행정보만을 믿고 정해진 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육안으로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적 확인”을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2번기 조종사도 1번기와 동시투하를 위한 밀집대형 유지에 집중하느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고 말았다.

공군 고위관계자는 “기상도 나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정도였다”며 “그러나 조종사가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최종단계는 육안으로 확인했어야 하는데,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조종사들은 지상에서 JMPS 컴퓨터에 좌표 입력, 탑승 전 DTC에 담아 전투기에 연동, 그리고 공중에서 사격에 앞선 육안 확인 등 세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와 함께 부대 지휘 관리·감독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전반적인 지휘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했지만 안전 관련 사항은 대대장에게 위임하고 훈련계획과 실무장 사격계획서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대장(중령) 역시 실무장 훈련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 확인·감독했어야 했지만 일반적인 안전사항 강조에 그쳤다.

특히 사전 실무장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와 관련 ‘대대장이 좌표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안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며 “했어야 했는데 안 했다”고 답변했다.

공군은 이에 대해 “대대장이 조종사 입력 좌표가 올바르게 입력됐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비행대대장은 휘하 조종사가 실무장 사격 등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 있을 때 실무장 사격계획서 검토·조언 등 비행준비 전반에 대해 세밀하게 지휘·감독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