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협력사 협의 집중…동서 이어 팔도도 납품 재개

“불확실성 여전” 불안감도…임대점주들 “1월분도 못받아”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정석준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협력·입점업체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동서식품·팔도 등 협력업체들이 홈플러스와 협의 끝에 납품을 재개했지만, 납품 대금을 아직 지급받지 못한 협력업체나 임대점주들은 대금 지급 정상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팔도도 홈플러스 납품 재개…중소사 불안은 ‘여전’

1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협력업체 납품 정상화를 위해 업체별로 릴레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물품·용역대금 등 일반 상거래채권을 모두 변제하겠다고 약속하며 밀린 대금을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다.

회생절차 개시일(3월 4일) 이전 20일 이내에 발생한 공익채권은 물론, 20일 이전에 발생한 회생채권도 법원 승인을 받아 지급하고 있다. 법원 허가를 받아 변제 가능한 회생채권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2월분 3457억원 규모다.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CJ제일제당 등은 지연된 납품대금을 받고, 납품을 재개했다. 팔도는 이날(11일)부터, 동서식품은 12일부터 납품을 재개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주요 협력사들과 납품 합의가 이뤄졌으며, 다른 협력사들과 합의해 상품 공급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등 일부 식품사는 여전히 납품 재개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의 당좌거래를 하는 신한·SC제일은행이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하며 대금 납입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은 기업의 당좌예금을 바탕으로 어음을 발행하고, 만기 시 기업 대신 대금을 지급한다. 당좌거래가 정지되면 대금 지급도 밀릴 수 있다. 홈플러스는 당좌계좌를 사용한 적이 없고, 전자지급시스템을 사용해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유동성 확보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식품사 관계자는 “납품을 재개했지만, 협의에 따라 제품 공급 여부는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식품사 관계자도 “은행권의 어음 부도 처리 여파 등 대금 납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소 협력업체의 불안감은 더 크다. 충청도 소재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PB(자체브랜드) 제품을 납품할 예정이었는데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우려가 크다”며 “일단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협력업체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오는 14일까지 상세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해 전달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에서 “순차적으로 대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지급을 받지 못한 협력사 및 임대주들의 우려가 있다”며 “이번 주 상세 지급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사에 전달하고 정확한 지급 계획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소통해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할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할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입점 프랜차이즈들도 날벼락…일부 점주들 “1월분도 못 받아”

다이소, 롯데GRS, CJ올리브영, SPC 등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홈플러스 입점 매장의 대금 정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임대 또는 숍인숍 형태로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 점포는 46개이며, 크리스피 도넛은 매대 형태로 25개다. 다이소는 54개점에 입점해 있다. 올리브영은 전국 홈플러스에서 38개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한 프랜차이즈 기업 관계자는 “홈플러스에 입점한 매장이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지만, 판매 대금 정산은 점포별로 상황이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확한 현황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중소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홈플러스의 임대점주(테넌트)는 약 8000개인 것으로 추산된다. 분야는 패션, 식음료, 서점, 미용실 등 다양하다. 이들 대부분은 ‘임대을’ 방식이나 ‘특약’으로 홈플러스와 계약했다.

임대을 방식이란 대형마트 계산기기(포스)를 사용하고 한 달 뒤 임차료 등을 제외한 매출을 정산받는 계약 형태다. 대형마트에 매장을 빌리면서 매출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임대갑’ 방식이다. 통상 대형마트는 임대갑 방식보다 임대을 방식 계약 비중이 더 크다.

상당수 임대점주들은 대금 정산 지연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점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4일에 입금이 되어야 할 대금이 정산되지 않았다”며 “아직 지금 시일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심란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점주는 “정산받지 못한 대금에 대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개인의 돈을 사전고지 없이 마음대로 이용하고 돌려주지 않는 것은 도둑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가 매달 임대점주에게 정산하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는 12일까지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 ‘홈플런 이즈 백’을 통해 3000억원의 순현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후 추가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대금 정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소상공인·영세업자·인건비성 채권을 우선 지급하고 대기업 채권도 분할 상환할 예정”이라며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협력사가 긴급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불경기인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기업은 구조조정 등이 필요할 수도 있고, 정부도 주목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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