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보도…트럼프 취임후 美유학생 비자 취소 4700명 이상

美정부 “하버드 외국인 유학생 등록 자격 박탈…다른 대학 확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하버드 경영진이 연방 정부의 대학 간섭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 확산 등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의 유학생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로이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하버드 경영진이 연방 정부의 대학 간섭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 확산 등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의 유학생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교의 외국인 유학생 수용 자격을 박탈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자 단속을 강화 등을 이유로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유학생 비자까지 대거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이민변호사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비자 취소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4월까지 체류 자격이 박탈된 유학생은 4700명이 넘었다고 적혀 있다. 이중 327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인도 출신이었고, 그 뒤는 중국(14%), 한국, 네팔, 방글라데시 순이었다.

닛케이는 “미국 전역에서 유학생 비자(학생 비자)가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심지어 과속 운전 등의 사소한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비자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일본인 미국 유학생들의 학생 비자가 무효화됐다는 상담이 미국 각지의 총영사관에 다수 접수되고 있다. 외무성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는 일본인의 학생 비자가 잇달아 취소되는 일은 없었다”며 “일부 학생들은 비자가 취소된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유학협의회(JAOS)의 우에오쿠 요시카즈 이사장은 “운전 중 속도 위반을 하거나, 낚시 규정을 어기고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는 이유로 비자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비자가 취소된 사례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대학교 [AFP]
하버드대학교 [AFP]

한편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을 통해 “하버드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은 즉시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보도자료에서 “하버드는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할 수 없다. 기존 유학생은 전학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적 지위를 잃게 된다”고 밝혔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 프로그램이다. SEVP 인증이 취소된 대학은 유학생에게 비자 발급을 위한 필수 서류인 자격 증명서(I-20 등)를 발급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무부는 반(反)이스라엘 활동에 참가한 유학생과 연구원의 비자를 대거 취소했으며 학생 비자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은 지난달, 학생 비자나 영주권 신청자의 소셜미디어(SNS)에서 반유대 활동이 발견될 경우 신청이 거부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자국에서 유학 중인 약 15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의 SNS 기록을 샅샅이 뒤져 비자 취소 사유를 찾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출신 등 유색인종이 집중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JAOS에 따르면 올여름 미국으로 출국 예정인 학생들의 비자 승인은 예상보다 2개월가량 지연되고 있으며, 미 대사관 방문 예약 자체가 어려워 비자 준비조차 못 하고 있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가 이스라엘을 비판한 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했다는 지적에 “비자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다”라고 반박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취소한 비자가 “아마 수천개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에는 현재 6793명의 유학생이 학위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24-2025학년도 기준 전체 재학생의 27.2%를 차지한다. 올해 기준 하버드의 연간 등록금은 5만9320달러(약 8200만원)이며, 기숙사비 등을 포함하면 최대 8만7000달러(약 1억2000만원)에 이른다. 유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장학금 혜택이 적어 교육비 전액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 하버드 전체 등록금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tester08@ss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