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앞에 걸린 스웨덴 국기 [광주시 제공]
광주시청 앞에 걸린 스웨덴 국기 [광주시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글로벌 공적연금의 지난 10년(2015~2024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6.9%에 달한 반면 국민연금은 이보다 낮은 6.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1위인 스웨덴 AP7(13.11%)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운용 규모는 1212조원으로 세계 3위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과 개편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영향도 포함되어 있지만 10년 이상 누적된 장기 수익률이라는 점에서 일시적인 환율 효과보다는 자산배분 전략과 운용 구조 등 근본적인 차이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웨덴의 경우 공적 연금 대부분이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22일 글로벌 국부펀드·공적연기금 분석기관인 글로벌SWF에 따르면 스웨덴의 국민연금 성격의 공적연금인 AP1, AP7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8.63%, 13.11%에 달한다.

스웨덴 AP7, 민간 연금과 경쟁…가입자들이 선택

국민연금의 부진한 장기 수익률의 배경으로 자산배분 전략과 운용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스웨덴의 경우 연기금을 분할 운용해 민간 펀드와도 경쟁하도록 했다. 사적연금인 퇴직연금 시장에까지 국민연금을 진입시키려는 정부의 ‘기금형 퇴직연금’과 정반대의 행보다.

스웨덴의 연금 제도는 소득비례연금인 소득연금(IP)과 펀드의 투자 성과에 따라 받는 프리미엄연금(PP)으로 나뉘는데 IP는 정부의 AP1~4·AP6펀드에서, PP는 정부에서 운용하는 AP7이나 민간부문이 운용하는 연금펀드를 통해서 운용한다.

특히 PP 가입자들은 AP7이나 정부기관인 스웨덴연금청이 검증을 통해 계약한 400여개 민간 펀드운용사 중에서 최대 5개 펀드운용사를 선택할 수 있다. 민간 펀드와 공적연금이 경쟁하는 구조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이와 달리 단일 기금운용본부 체제로 움직인다. ‘덩치’가 커질수록 운용 보수 인하 및 딜 성사에서 유리한 게 일반적이지만 국민 연금의 전략적 유연성은 오히려 줄었다.

투자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쪼개져 복수 운용 기관이 등장하면 수익률 개선뿐 아니라 의결권 행사 효과로 자연스럽게 밸류업 정책 도모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4개로 쪼개도 자산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라며 “그래야 (국민연금에 위탁 받으려는) 해외운용사들도 한국의 자본시장에 더 관심을 갖고 밸류업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비대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전세게 공적연금과 비교해 높은 편이 아닌데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몸집만 불리기”라며 “퇴직연금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리다 보니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지 국민연금이 운용한다고 해서 수익률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CPPIB 대체투자 비중 높아…대체투자 장기 수익률 1위

자산배분도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만 묶여 있는 반면 상위 수익률을 기록한 공적연금 대부분이 대체투자에 집중했다.

지난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전체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대체투자에 배정했다. 사모투자(23%)와 실물자산(26%) 비중이 압도적이다. 전통적인 주식·채권 중심의 자산 운용에서 벗어나 대체투자를 통한 장기 수익률 제고와 위험 분산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17.1%에 그친다. 최근 10년 평균은 12.91%로 과거에 비해 대체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음에도 여전히 국내채권과 해외 주식 비중이 높다. 지난해 국민 연금의 운용 기금 포트폴리오는 국내채권(28.4%), 해외주식(35.5%), 국내주식(11.5%), 해외채권(7.3%)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성과다. 국민연금이 1988년 이후 기록한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대체투자가 연평균 10.48%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다른 자산의 수익률은 국내채권 3.71%, 해외채권은 5.80%, 국내주식은 5.40%에 그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캐나다 CPPI,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CalPERS), 네델란드 ABP 등은 각각 59%, 30%, 31%의 대체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부동산, 인프라, 벤처투자 등에서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출기 가까워지는데 자금 분할, 실효성 떨어져” 지적도

다만, 국민연금을 분할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으로 운용 규모가 비대해지지만 그만큼 고갈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장기 운용보다는 자산 매도 등 인출 전략에 집중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분할 운용은 10년 전부터 제기 됐던 방안”이라면서 “자산군을 분리해 운용하지 않으면 기금을 분할하더라도 경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 포트폴리오 관리가 어려워 효율적인 모델로 보긴 어렵다”며 “모수 개혁을 통해 기금 규모가 3000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지만 고갈 속도도 빨라져 분할 운용의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ester08@ss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