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 사무총장이 재임 시절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연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에 일제히 선관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감사원의 선관위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월 당시 선관위 김세환 사무총장은 정보정책과장에게 ‘휴대전화를 개통해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총장은 정치인들과 연락하기 위해 해당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던 해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과 소통을 했다는 얘기다. 김 전 총장은 정치인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부분까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퇴직하면서 선관위 명의로 개통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이후,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조치를 취한뒤 퇴임 1년 8개월 만인 2023년 11월 반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명자료 등을 통해서는 “휴대전화를 일부러 가져간 것이 아니라 직원이 알아서 관사에 있던 짐을 꾸려줄 때 의도치 않게 해당 물품이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2019년 아들이 인천 강화군선관위에 8급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되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선관위 직원들 김 전 총장의 아들을 ‘세자’로 칭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총장의 ‘세컨드폰’ 논란과 관련해 “부패 카르텔”이라며 ‘선관위 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나경원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비리종합세트 선관위의 실체”라며 “선관위 예산으로 개통한 비밀 전화로 정치인들과 밀담을 나누고, 퇴직 후에도 선관위가 요금을 대납해준 이 부패한 카르텔을 도대체 어떻게 믿으라는 말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 가관인 것은 헌법재판소는 선관위가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는 점”이라며 “선관위 특별감사관 도입과 국정조사 추진으로 이 부패한 카르텔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선관위 사무총장의 차명폰 정치 장사가 새로이 드러난 만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을 재개해 선관위 시스템에 대한 증거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선관위의 독립성을 맹신한 나머지, 감사원 감사를 배제하고 대통령 탄핵에서의 증거 절차를 모두 기각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도 비판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제대로 감시받지 않아 왔고, 이제 헌재 결정으로 감사원 직무 감찰도 피하게 된 선관위의 현주소”라며 “선관위 구석구석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이 없도록 커튼을 열어젖혀야 한다. 선관위가 더 이상 ‘가족회사’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lu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