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3/rcv.YNA.20250225.PYH2025022520470001300_P1.jpg)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제가 전화를 딱 받으니까 벌써 약간의 식사와 반주를 한 느낌. 제가 원장님 부재 중이니까 원을 잘 챙기라고 얘기하고…”(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
지난달 4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첫번째 증인신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이 책상을 ‘쿵쿵’ 내려치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12·3 비상계엄 당일 밤 8시 22분 홍 전 차장과의 짧은 통화로 그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 합니다.
탄핵 심판정에 선 윤 대통령은 거침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었고, 정치인 체포 지시와 국회 방해는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한 대통령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탄핵 심판정에 선 윤 대통령은 어떤 말을 했을까요? 윤 대통령의 발언 전략을 2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습니다. ‘확신’과 ‘상식’입니다. 이번에는 상식의 언어를 추려봤습니다.
불리한 증언에 ‘비상식’ 딱지…상식의 언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구인인 국회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https://stg-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03/rcv.YNA.20250206.PYH2025020618880001300_P1.jpg)
두 번째 키워드는 ‘상식’입니다. 윤 대통령은 체포조 운용이나 국회 의결 방해 의혹을 반박할 때 상식의 잣대를 들이밀었습니다.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입니다. 국회의원은 개인이 각자 1개의 헌법기관이고, 국회 역시 헌법기관입니다. 국회의원 체포와 국회 의결 방해는 모두 ‘국헌 문란’에 해당합니다.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 근거일 뿐만 아니라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가를 쟁점이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증인신문이 끝난 이후 7분 동안 발언하며 ‘상식’이라는 단어를 5번이나 언급했습니다. 당시 국회의 상황을 고려하면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설사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해도 곽 전 사령관이 적어도 ‘상의’를 해야 했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합니다.
6차 변론기일(25.02.06)
사령관 입장에서 만약에 저나 장관이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면, 그냥 즉각 ‘아, 이거는 지금 우리 병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상식이지. (중략) 계엄이 몇 시간이라도 좀 더 유지돼야 될 이유가 있다. 필요가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좀 막아볼 수 없냐, 좀 방법이 있겠느냐라고 상의를 하고 좀 어떻게 해 봐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 상식이지 다짜고짜 전화해서 어? 의결정족수 안 되게 막아라,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를 어떤 공직사회에서 상하 간에 이것이 가능한 얘기인지…
하지만 윤 대통령의 상식의 잣대는 일관되지 않습니다. 본인에게는 관대합니다. 비상계엄 선포 전에 있었던 국무위원 소집을 국무회의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윤 대통령은 형식이 아닌 실질을 따져야 한다고 합니다. 국무회의록 작성도 사안에 따라 사후에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89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계엄과 그 해제는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또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고,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7차 변론기일(25.02.11)
그리고 (국무회의록 작성은) 반드시 사전에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보안을 요하는 이런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사전에 요한다면, 문서 기안자인 실무자나 이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사후에 전자결재로 할 수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요.
11차 변론기일(25.02.20)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지난 심판정에서 그동안 국무회의를 100여 차례 참석했지만, 이번 국무회의처럼 실질적으로 열띤 토론이나 의사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국무회의 배석을 위해 비서실장과 안보실장도 통상처럼 대통령실로 나오도록 했고 국가 안보의 문제이기도 해서 국정원장도 참석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11차 변론 최후진술에서도 상식이라는 단어를 3번 사용했습니다. 역시 국회의원 체포 지시와 국회 의결 방해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부분이었습니다.
11차 변론기일(25.02.20)
게다가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니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데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면 더 못 들어가게 막아야지 끌어낸다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입니다. (중략)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입니다.
세세한 사실관계를 언급하기보다 상식선에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해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제 헌재의 시간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은 평의와 평결을 거친 후 결정문 작성에 들어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전례에 비춰보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3월 중순에는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됩니다.
헌법재판관들은, 아니 국민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의 계엄을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