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 “설전 직후 군사 지원 명령”

트럼프가 내선 조건 만족할 때까지

잠정 중단 전망돼...우크라 타격 클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미국의 군사원조를 전면 중지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두고 설전을 벌인 직후 이뤄진 것으로 우크라이나 길들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익명의 미국 국방부 관계자를 통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했다고 판단될 때 다시 군사원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 혹은 배편으로 운송 중인 무기나,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를 포함해 이미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은 모든 군사원조가 멈추게 된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해당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내린 명령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으로 내세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미국이 군사지원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의 지원규모는 1828억달러(약 267조4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EU와 개별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약 2580억달러(약 376조6500억원) 규모의 군사, 금융 및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러시아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도 잃게 된다. 미국이 무기지원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의 도움으로 일부 부족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마이클 코프먼은 “미국이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보낸 포탄과 향후 유럽의 지원을 감안한다면 우크라이나의 포병 탄약 수요의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최근 미국 역사상 이런 사례는 없다”며 “해당 조치로 가장 많은 수혜를 입는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인 뒤 이뤄졌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인프라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소유한 기금에 투입하는 광물 협정을 추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미국의 안전보장 없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조속한 종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푸틴)는 살인자이자 침략자”라면서 “살인자에게 우리 영토를 양보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을 거론하면서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면서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라며 군사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두 정상의 다툼이 이어진 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을 사실상 백악관에서 쫓아냈다. 두 사람의 언쟁 탓에 문안 합의까지 마쳤던 양국의 광물 협정 서명도 불발됐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