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인도 사업장 돌며 숨가쁜 현장경영

“지속 가능한 1등 방안 준비하라” 강조

LG전자, 작년 인도서 사상 최대 실적 달성

30년 전 구본무 회장 세운 SW연구소 찾아

“인도서 R&D 인재 확보 더 중요해질 것”

구광모(앞줄 가운데) LG그룹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앞줄 가운데) LG그룹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를 찾아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와 함께 ‘1등 수성’을 주문했다.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구 회장은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4일 ㈜LG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해 LG전자의 가전 생산공장부터 유통매장, 연구소까지 모두 둘러봤다.

구 회장의 이번 인도 출장은 취임 이후 처음이자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공개(IPO)와 세 번째 생산공장 건립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뤄져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인 1996년 벵갈루루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지 30주년을 앞두고 있어 그 의미를 더했다.

㈜LG 측은 “구 회장이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이 아닌 인도를 찾은 것은 소비나 생산은 물론 R&D에서도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 중요도가 높아진 인도에서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광모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LG전자, 작년 인도서 사상 최대 실적

구광모(왼쪽 세 번째) LG그룹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왼쪽 세 번째) LG그룹 회장이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에어컨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구 회장은 가장 먼저 LG전자 노이다 공장을 찾아 가전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인도 시장의 변화 상황과 생산전략을 점검했다. 노이다 공장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 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이어 뉴델리의 LG브랜드샵,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을 찾은 구 회장은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만든 특화 제품들을 살펴봤다.

LG전자는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 특성을 고려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와 인공지능(AI) 모터 기술로 인도 여성들이 입는 사리(Saree)의 옷감 종류까지 감지해 빨아주는 맞춤형 세탁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모기로 인한 뎅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점을 고려해 초음파로 모기를 쫓아내는 에어컨과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인도 환경에 맞춰 전력이 끊겨도 7시간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를 출시하기도 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 3조791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노이다 공장과 푸네 공장에 이어 안드라프라데시주에 세 번째 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는 이미 LG화학이 진출해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 세운 SW연구소 찾아 “R&D 인재 확보” 강조

구광모(왼쪽 네 번째) LG그룹 회장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왼쪽 네 번째) LG그룹 회장이 인도 벵갈루루 SW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LG 제공]

구 회장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로 이동해 LG 소프트 인디아 법인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연구소도 찾았다.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인 1996년 3월 설립된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는 LG그룹의 인도 진출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LG그룹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중 베트남 R&D법인(차량용 SW 솔루션 등 개발)과 함께 규모가 가장 크다. 현재 2000여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의 가이드를 바탕으로 협업하며 웹(web)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연구원들을 만나 “가속화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래 SW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인도는 매년 약 100만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SW 개발자만 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 회장도 인도의 폭넓은 IT 인재 풀에 주목하며 글로벌 R&D 인재 확보와 미래 전략 수립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인도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중장기 사업전략을 논의하며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LG는 1982년 두바이에 LG전자 지점을 설립한 후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LG전자를 중심으로 판매·생산·서비스 등을 맡고 있는 12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구 회장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