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 “설전 직후 군사 지원 명령”

트럼프가 내선 조건 만족할 때까지

잠정 중단 전망돼...우크라 타격 클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설전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 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 혹은 배편으로 운송 중인 무기, 폴란드 등 제3국에서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물자를 포함해 이미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은 모든 군사원조가 멈추게 된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이러한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내린 명령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자신의 종전구상을 압박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천연자원, 인프라 수익의 절반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 소유한 기금에 투입하는 광물협정을 추진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미국의 안전보장 없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조속한 종전을 요구했다.

회담 중 이견을 보이던 두 사람은 결국 고성 설전 끝에 예정된 오찬 일정과 광물협정 서명식을 취소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합의하거나 우리는 빠지거나”라며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전쟁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군사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군사원조가 중단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그간 제공한 무기의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전쟁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지만, 이 중 미 국방부의 자체 재고에서 무기를 지원하는 방식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이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 러시아 영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또한 대공시스템 등 후방을 보호하는 능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마지막으로 직접 무기를 지원한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30일이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공중방어를 위한 대공시스템과 스팅어미사일 등 12억2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 상당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군사 장비의 55%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미국이, 25%는 유럽이 지원한다.

미국이 무기지원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들의 도움으로 일부 부족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유럽의 도움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중반에는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크게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기 직접 지원 중단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방산업체와 계약할 때 대출과 보조금을 제공하는 군사자금 지원도 중단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미국의 지원규모는 1828억달러(약 267조4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EU와 개별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약 2580억달러(약 376조6500억원) 규모의 군사, 금융 및 인도주의적 지원을 약속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