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돌풍 일으킨 저예산 독립영화 ‘아노라’

데미 무어 꺾고 신예 마이키 메디슨 품으로

국내 개봉 4개월간 관객 5만명…뒤늦게 관심 폭증

영화 ‘아노라’ 스틸컷
영화 ‘아노라’ 스틸컷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올해 제97회아카데미(오스카) 여우주연상의 유력 후보로 꼽히던 데미 무어를 제치고 25살 배우 마이키 메디슨이 독립영화 ‘아노라’로 깜짝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아노라’에 대한 관심도가 수직상승했다. 국내에서 지난해 11월 개봉했으나 현재까지 관객 5만여명만 들어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영화는 신분 상승을 꿈꾸며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아노라)가 시부모로부터 동화같은 결혼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4일 영화계에 따르면 현재 ‘아노라’가 상영되는 스크린은 전국에 단 15개 뿐이다. 3일 기준 CGV 4개관, 롯데시네마 4개관, 메가박스 1개관에 기타 극장 6개 스크린을 합친 숫자다.

메디슨의 여우주연상뿐만 아니라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을 품에 안으면서 무려 5관왕에 올랐다. 그는 ‘탠저린’(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드 로켓’(2022) 등을 통해 미국 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조명한 감독이다.

2일(현지시간) 제97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아노라’로 5관왕에 오른 숀 베이커 감독[AP]
2일(현지시간) 제97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아노라’로 5관왕에 오른 숀 베이커 감독[AP]

이에 개봉 4개월차에 들며 사실상 스크린에서 내려갈 수순을 밟던 ‘아노라’를 지금이라도 보려는 관객들이 상영관을 수소문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영관 수도 적은데다가 그마저도 하루 단 한 번만 상영하는 탓에 접근성이 막혀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무적인 이 상황은 2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 전까지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노라’는 제작비 600만달러(한화 약 87억원)짜리 저예산 독립영화, 북미 티켓 판매기록도 1570만달러(약 229억원)로 다소 저조한 기록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작품상 등 아카데미 7개 부문을 휩쓴 ‘오펜하이머’가 제작비 1억달러(약 1462억원)에 북미 티켓 판매기록 3억2500만달러(약 4740억원)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여실한 체급차를 보여준다.

한편 ‘아노라’에 밀린 다른 아카데미 수상작들은 줄줄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8개 부문 후보작에 올랐지만 각색상(작가 피터 스트로겐) 하나만 차지한 ‘콘클라베’가 5일 개봉한다.

2일(현지시간) 제97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랄프 파인즈. 그가 주연한 ‘콘클라베’는 각색상 1관왕에 그쳤다.[AP]
2일(현지시간) 제97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랄프 파인즈. 그가 주연한 ‘콘클라베’는 각색상 1관왕에 그쳤다.[AP]

아울러 ‘에밀리아 페레즈’가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3개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주인공 ‘에밀리아’를 연기한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과거 혐오발언 이슈가 불거지며 조 샐다나의 여우조연상 1관왕에 그치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19일에는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라트비아 애니메이션 ‘플로우’가 기다리고 있다. 대홍수가 세상을 덮친 뒤 유일한 피난처가 된 낡은 배를 타고 고양이, 골든 리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가 세상 끝으로 항해를 시작하면서 겪는 모험담을 그린다. 오스카 후보작에 역사상 최초로 오른 라트비아 영화(실사영화 포함)이며, 저예산 애니메이션이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를 꺾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플로우’의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전날 수상 소감으로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고, 서로의 차이점을 극복해야만 한다”고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전했다.


th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