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로 이마트 이어 2위…1999년 이후 인수합병 반복

사모펀드 MBK, 2015년 고가에 인수한 후 불안정 지속

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모습. 임세준 기자
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다. 하지만 재무 악화로 여러 차례 인수, 합병을 거치는 등 굴곡진 역사를 겪었다.

홈플러스는 1997년 출범한 삼성물산 유통부문의 할인점 사업에서 시작했다. 삼성물산 유통부문은 그해 9월 대구에 ‘삼성홈플러스’ 1호점을 열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알렸다. 하지만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닥쳤고 홈플러스도 정부의 대기업 사업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결국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에 경영권과 함께 지분의 49%를 넘겼다. 합작법인 형태로 새출발을 알렸지만, 삼성물산이 남은 지분마저 테스코에 순차적으로 매각하며 테스코 자회사 수순을 밟았다. 홈플러스는 2005년 영남권 슈퍼마켓 체인인 아람마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08년에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던 홈에버 매장을 일괄적으로 사들이며 덩치를 키웠다. 테스코는 2011년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해 홈플러스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당시 홈플러스는 전국에 140여개 대형마트와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 등을 갖춘 종합 유통 채널로 성장했다. 2014년 회계연도 기준 매출(8조6000억원)로 이마트에 이어 2위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테스코 체제의 홈플러스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테스코가 2014년 분식회계 스캔들에 휘말리고 영업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금 압박에 시달려 이듬해인 2015년 다시 매물로 나오는 처지가 됐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등판하면서 홈플러스는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에도 이와 관련해 MBK가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MBK는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간 이후에도 상당한 부채 부담을 가진 탓에 사업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정적으로 2020년 이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고, 소비 침체까지 겹치며 홈플러스는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홈플러스는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 기준 영업손실 1994억원, 당기순손실은 574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손실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지속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MBK는 홈플러스를 경영하면서 점포 20여개를 팔아 4조원가량의 빚을 갚았다. MBK는 지난해부터 슈퍼마켓 분할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홈플러스가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협력사에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실제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납품업체에 한두 달 뒤 대금을 지급해 주기로 하면서 정산 지연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에 대규모로 상품을 납품하는 식품업계도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부 식품회사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