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상하원 연설 내내 공화당은 기립박수

민주당원들 야유…일부 의원은 연설 도중 퇴장

‘러 밀착’ 트럼프에 유럽은 자강론 조짐

지난 4일(현지시간)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이 미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하던 도중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4일(현지시간)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이 미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하던 도중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당신은 권한이 없다(no mandate).”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상·하원 의회 합동연설 도중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이 항의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소란을 중단하라고 경고를 했음에도 계속된 항의에 그린 의원은 결국 의회에서 퇴장당했다.

유럽부터 미국 민주당까지, ‘트럼프식 분열의 정치’가 공공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은 미국에서 좌우로 첨예하게 갈라진 간극을 더 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에서도 주요 동맹인 미국이 최근 유럽과 거리를 둔 채 러시아에 공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강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연설 내내 양당 분열…공화당 ‘기립박수’, 민주당 ‘야유’

지난 4일 미국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합동 의회 연설 중 참석자들이 ‘왕이 아니다(No King)’ 등 팻말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4일 미국 워싱턴 D.C.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합동 의회 연설 중 참석자들이 ‘왕이 아니다(No King)’ 등 팻말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편에서 기립박수를 치는 공화당 의원들과는 달리 민주당 의원들이 착석해있던 오른편은 대부분 비어있다. [AP]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의회 연설.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편에서 기립박수를 치는 공화당 의원들과는 달리 민주당 의원들이 착석해있던 오른편은 대부분 비어있다. [AP]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장시간인 99분간 이어진 연설을 진행하면서 공화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마다 “USA(미국)”를 여러차례 외치기도 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전부 맞았다”와 “45-47(45, 47대 대통령)”이 적인 빨간 모자를 쓰고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 대신 ‘거짓(False)’ ‘왕이 아니다(No King)’ 등의 팻말을 들어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야유를 쏟았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의회를 나갔다.

이날 연설을 두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전적인 낙관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우울한 절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가장 당파적이고, 가장 통합과 거리가 먼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이날 연설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숭배하는 공화당원들만의 대통령이었고, 민주당원들은 눈살을 찌푸린 채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이를 부각시킨 이들로만 보였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핵 무장론’, 독일은 “자체 방어 능력” 역설 …유럽 자강론 조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여러 TV 채널을 통해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여러 TV 채널을 통해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AFP]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대내외적인 분열은 유럽 국가들에서도 점차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을 꾀해야 한다는 ‘자강론’이 한층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유럽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맞서 핵 억지력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일시 중단하는 등 유럽문제에 발을 빼자 독일·프랑스가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여러 TV 채널을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프랑스, 유럽인의 안전을 위해 지체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 자강을 위해선 “경제적 수준에서도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한 것처럼 유럽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행정부의 이 결정을 “미국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합 회담 후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연합 회담 후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최근 독일 총선을 승리해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지난 24일 베를린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정말로 자정까지 5분 남았다”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서 ‘미국 단독주의’(America alone)로 나아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대응해 유럽의 자체 방어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달 4일 독일 헌법을 개정해 국방 및 안보 지출을 재정 지출 한도에서 면제하는 등 “국가 방어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의 동맹들은 주식 시장 급락과 같은 현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등 자신만의 현실을 만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응해야 한다”며 “외국 관리들 사이에선 자국이 안보에서 무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선에서 벌어질 끔찍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