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맥을 이음’ 마지막 공연

“은퇴 아니지만 이번이 마지막

더 이상 콘서트·레코딩 안해”

주현미·조항조·정서주 한 무대

가수 이미자(가운데)와 조항조(왼쪽), 주현미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가수 이미자(가운데)와 조항조(왼쪽), 주현미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을 이음’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모든 활동의 단을 내리는 ‘은퇴’라는 말을 쓰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공연이 (가수로서의) 마지막입니다. 더이상의 콘서트나 음반 취입(레코딩)은 없을 겁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장장 66년. ‘엘레지(elegy·애가)의 여왕’ 이미자(84)가 이제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애달픈 음악으로 대중을 보듬어 온 그가 이젠 가수로서 오랜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미자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저 노래를 할 수 없게 됐을 때 조용히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왔는데, 주옥같은 전통가요가 사라지지 않도록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자의 마지막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고별공연은 다음달 26∼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공연에서는 후배 가수 주현미·조항조를 비롯해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3’에서 진을 차지한 정서주와 ‘미스터트롯3’의 우승자가 함께 무대에 선다. 후배들에게 전통 가요의 ‘맥’을 물려주고 자신을 무대를 떠난다는 의미를 담은 ‘마지막’ 공연이다.

노래하는 자리로는 마지막이나, 모든 연예 활동을 끝맺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다는 뜻에서 (방송을 통해) 조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나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여로’ ‘여자의 일생’ 등 지난 66년간 2500곡이 넘는 노래를 낸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노래엔 한국의 근현대사와 질곡같은 인생사가 녹아있다.

이미자는 “우리 가요는 대한민국의 100년사”라며 “일제 강점기에 겪은 설움과 해방의 기쁨을 되새기기도 전에 겪은 6·25 등 연속된 고난을 위로하고 여환을 함께 느낀 것이 우리의 대중가요이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 것이 바로 전통가요”라고 말했다.

이미자는 “TV도 없었던 1964년 ‘동백아가씨’가 세상에 나와 33주간 1등을 했지만, 우리 노래는 ‘질 낮은 하류, 서민층의 노래’이고, 서구풍 노래를 상류층의 것이라며 소외받은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파월 장병 위문, 독일 위문 공연을 갈 때마다 제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던 (대중의) 모습에 긍지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후배 가수 주현미는 “이미자 선배님의 노래는 우리의 삶에서 지금도 소구되고 있다”며 “ 밥을 지으며 부르던 ‘동백아가씨’, 힘들 때 흥얼거리던 ‘여자의 일생’을 통해 엄마의 삶을 느끼게 한다. 이같은 우리만의 정서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생을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렸던 그의 마지막 바람도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간 가수”로 기억되는 것이다.

“그간 속상함, 죽고 싶은 마음 등 다양한 감정을 지나왔지만, 그 모든 것이 혼합된 이 자리는 표현할 수 없는 기쁜 마음이 큽니다. 지난 가요 생활을 물려주고 싶었는데 이제 물려줄 사람이 있으니 전 66년의 긴 세월에 아무 여한도 없는 행복한 가수입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