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넘어 세계로 가는 K-팝

하이브는 해외 팬덤·SM은 한일 강력

JYP는 국내형, 해외형 그룹 공존

에스파 LA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스파 LA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내 팬덤 업고 세계로…”

이젠 명실상부 ‘세계인의 음악’으로 도약 중이다. K-팝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글로벌 무대를 두드린 결과 라틴팝 이후 가장 성공한 장르로 안착하게 됐다.

1996년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1세대 K-팝 그룹 H.O.T가 1999년 중국 베이징에서 연 콘서트를 계기로 한류 ‘한류(韓流, K-wave)’라는 말이 생겨난 이후, 동아시아 전역은 늘 K-팝의 거대 영토였다. 뒤이어 2세대 그룹인 소녀시대·샤이니를 필두로 한 SM 가수들의 ‘SM타운’ 콘서트가 랑스 파리에서 열리자 유럽에도 K-팝이 뿌리내리게 됐다. 3세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시대에 돌입하면 북미, 유럽 전역으로 K-팝이 확산하게 된다.

4세대 이후 시장으로 접어든 현재 K-팝 업계 관계자들은 “빈약한 내수 시장 극복을 위해 해외 진출이 사명과도 같았던 K-팝은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데뷔도 전부터 해외 팬덤을 생기는 음악으로 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K-팝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을 기록, 현재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음반 수출액은 2억9183만7000달러(한화 약 423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2억9023만1000달러(4215억원)보다 0.55%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비하면 지난해 실적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실제로 코로나 직전인 지난 2019년 음반 수출액은 7459만4000달러(1083억원)였지만, 다음해인 2020년엔 1억3620만1000달러(1977억원)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2021년 2억2085만달러(3205억원), 2022년 2억3138만9000달러(3358억원) 등으로 팬데믹과 함께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덕분에 이 기간에 데뷔한 K-팝 그룹의 해외 팬덤 규모는 자연스럽게 커졌다. K-팝 데이터 분석 업체 스타트업 스페이스오디티의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하이브 소속 그룹은 전반적으로 해외 팬덤이 강력한 반면 SM은 한국과 해외 팬덤 비중이 비슷하면서도 특히 일본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도 글로벌과 국내형 그룹을 균형있게 운영, 양측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특이점이 있었다.

세븐틴·엔하이픈·뉴진스…해외 팬덤 비중 높은 하이브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복무 중인 하이브에선 산하 레이블을 통해 세븐틴(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빅히트뮤직), 엔하이픈(빌리프랩), 르세라핌(쏘스뮤직), 뉴진스(어도어) 등의 그룹이 소속돼있다.

세븐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세븐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세븐틴은 2023년 한 해동안 1600만 장, 지난해에도 10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팬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비중이 유사한 반면 미국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일본에서 견고한 팬덤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200’ 톱10에 7번이나 올랐고, 2023년 ‘이름의 장: 템테이션’으로는 1위를 차지했다. 엔하이픈은 하이브 보이그룹 중 가장 가파른 글로벌 성장세를 보이는 그룹으로 미국 비중이 특히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낮은 ‘해외형’ 그룹이다.

하이브 소속 걸그룹 중엔 어도어와 전속계약 분쟁 중인 뉴진스가 단연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미국 지역에서 뉴진스 음악, 뮤직비디오 조회수의 약 47.5%를 차지하고 있다.

태연·에스파·NCT·라이즈…한일 시장은 SM 영향력 강력

SM엔터테인먼트는 K-팝의 역사이자 국내 팬덤의 기반을 다져온 만큼 한국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녀시대 태연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7.2%에 달하는 가수로, SM 소속 여성 아티스트 중에서도 국내 팬덤 충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뷔 20년 차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해마다 팬덤의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태연의 특징이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2023년 대비 유튜브 조회수가 1.2억회 늘었다. 다만 일본과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다.

NCT127 [SM엔터테인먼트 제공]
NCT127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한 해 국내 주요 시상식을 모두 휩쓸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상’까지 가져간 에스파는 2024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약 8.2억 조회 수를 추가했다. 26.9%에 달하는 탄탄한 국내 팬덤은 에스파의 음악이 최장기간 ‘콘크리트 차트’인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다.

보이그룹 중에선 엑소가 국내 시장에서 견고한 영향력을 보이며 SM 걸그룹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NCT127은 한국, 일본,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NCT드림은 한국과 일본에서 높은 소비율을 기록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라이즈는 비슷한 시기 데뷔한 제로베이스원, 보이넥스트도어 등의 신인 보이그룹 중 2023년 한 해 가장 많은 성장을 기록했다. SM 다른 그룹들의 특성과 유사하게 대한민국 비중이 높고,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형 데이식스 VS 해외형 트와이스, 스키즈 …두 시장 공략하는 JYP

JYP엔터테인먼트는 국내형, 해외형 그룹을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는 해외 시장을 이끌고 데이식스는 밴드음악 붐을 일으키며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트와이스는 특히 일본 팬덤이 강력하다. 지난해 트와이스의 유튜브 조회수 중 일본 비중이 24.5%로 가장 높았다. 대한민국 비중이 8.5%인 점을 고려하면 3배 가량 많은 셈이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K-팝 그룹으로도 단연 1위다. 8.36%의 비중으로 2위에 오른 방탄소년단(6.89%)도 따돌렸다.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이 키즈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트레이키즈는 미국 팬덤이 탄탄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는 K-팝 아티스트로 방탄소년단(7.84%)를 제치고 스트레이 키즈(7.85%)가 오를 정도다. 루미네이트(Luminate)가 발표한 ‘2024년 연말 보고서’(2024 Year-End Music Report)에 따르면, 스트레이키즈가 지난해 7월 발매한 미니 앨범 ‘ATE’(에이트)는 44만2000장의 판매고를 기록, 미국 톱 CD 앨범 세일즈(U.S. Top CD Album Sales) 부문 2위에 올랐다.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뒤를 잇는 순위로, K-팝 아티스트 최고 기록이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비중도 상당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발매한 총 25장의 음반은 2024년 12월 31일 기준, 누적 출고량 3118만2158장을 달성했다.

데이식스는 지난해 국내 음악시장에 밴드 음악 트렌드를 부활시키면서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유튜브 조회수는 지난해 한국 아티스트 중 가장 높은 16.2%의 증가량을 보였다. 4세대 걸그룹 시장에서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엔믹스는 2023년 대비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감소 추세다. 엔믹스는 대한민국 팬덤 비중이 26.9%로 국내에서 탄탄한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베이비몬스터로 반전 찾는 YG

YG엔터테인먼트에선 트레저의 영향으로 일본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베이비몬스터는 올해 폭발적인 팬덤의 성장이 기대되는 그룹이다.

특히 대한민국, 일본, 미국 외의 시장에서 88.2%의 소비 비중을 기록했고,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도 영향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베이비몬스터는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베이비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베이비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