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中, 글로벌 남반구와 일대일로 통한 적극 확대 외교 의지”

‘트럼프발 관세폭탄’에 “끝까지 싸울 것”…내일 왕이 내외신 회견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의 올해 외교예산 증액폭이 국방비보다 크다면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대비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6일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는 전날 열린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개막식 보고에서 올해 외교예산을 지난해보다 8.4% 늘린 645억600위안(약 12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작년 6.6%에서 증액폭을 늘린 것으로, 3년 연속 7.2% 늘린 국방비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 정부업무보고에서 “독립·자주적인 평화 외교정책을 견지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이라면서 “국제적 공정성과 정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국제 사회의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해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적 세계와 포용적인 경제적 세계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혁과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은 작년 ‘강화’에서 올해 ‘중점 프로젝트 추진’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한층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중국은 또 올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 등 다양한 외교행사를 주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외교 중시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각종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해외 원조 동결, 파리기후변화 협약·세계보건기구(WHO)·유엔 인권위원회 탈퇴 등 행정조치를 내놨다.

중국의 외교예산 증액과 관련해 왕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SCMP에 “중국이 자국 경제에 집중하면서 국제적 측면에서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개발도상국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외교부장(장관)을 겸임하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7일 오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내놓을 미국 등을 향한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중국이 양회 기간 마련한 경제(6일 오후)와 외교, 민생(9일 오후) 등 3차례 기자회견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대중 압박과 관련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 주임은 지난달 중순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면 우리는 끝까지 맞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대중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의 반응은 한층 거칠어졌다.

미국이 ‘10+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지난 4일 중국이 보복관세와 수출 통제 등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다른 속셈이 있어 고집스레 관세 전쟁, 무역 전쟁, 혹은 무슨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맞서 싸울(奉陪到底·봉배도저)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현지시간 5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봉배도저’를 영어로 번역한 ‘우리는 끝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we‘re ready to fight till the end)라는 문장을 부각하기도 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