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주지사, TSMC 현지 공장 찾아

“향후 확장할 부지 둘러봤다” 한껏 상기

미국·대만 한층 돈독해진 ‘밀월관계’ 과시

TSMC, 추가 투자로 트럼프 공세서 벗어나

다음 타깃은 ‘한국’…삼성·SK 그저 관전만

케이티 홉스(오른쪽 두 번째) 애리조나 주지사가 Y.L 왕(오른쪽) TSMC 애리조나 CEO로부터 애리조나 공장 부지 현황과 건설 현황을 소개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산드라 왓슨(앞줄 왼쪽 첫 번째) 애리조나 상무국 CEO와 로즈 카스타나레스(오른쪽 세 번째) TSMC 애리조나 사장도 동석했다. [TSMC SNS]
케이티 홉스(오른쪽 두 번째) 애리조나 주지사가 Y.L 왕(오른쪽) TSMC 애리조나 CEO로부터 애리조나 공장 부지 현황과 건설 현황을 소개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산드라 왓슨(앞줄 왼쪽 첫 번째) 애리조나 상무국 CEO와 로즈 카스타나레스(오른쪽 세 번째) TSMC 애리조나 사장도 동석했다. [TSMC SNS]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저는 TSMC가 발표했던 대로 향후 (생산라인) 확장을 위한 부지를 둘러봤습니다. 이제 우리는 대만에 있는 공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케이티 홉스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미국의 ‘밀월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이 6일(현지시간) TSMC의 공식 SNS와 애리조나 주지사 SNS에 나란히 올라왔다.

TSMC에 따르면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는 피닉스에 위치한 TSMC 공장을 찾아 경영진과 미팅을 갖고 부지를 둘러봤다.

사진을 보면 Y.L 왕 TSMC 애리조나 최고경영자(CEO)가 홉스 주지사에게 부지 일대를 소개하고, 생산시설 구축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TSMC의 1000억달러 대미(對美) 추가 투자 발표 직후 이뤄진 만남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 자리에는 애리조나의 경제 개발과 투자 유치를 총괄하는 산드라 왓슨 애리조나 상무국 CEO, 로즈 카스타나레스 TSMC 애리조나 사장도 동석했다.

홉스 주지사는 현장에서 “2공장 진행 상황뿐만 아니라 3공장 건설이 계획된 곳과 향후 추가 확장 예정인 부지까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SNS에도 “(TSMC의 1000억달러 추가 투자로) 애리조나와 미국의 미래는 어느 때보다 밝아졌다”고 강조했다.

TSMC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 1공장을 준공하고 4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2공장은 2028년 3나노 제품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올해 기공식을 앞둔 3공장은 향후 2나노 공정을 적용해 칩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TSMC 공장. [TSMC SNS]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TSMC 공장. [TSMC SNS]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의 애리조나 공장 부지는 6공장까지 지을 수 있는 수준인 445㏊(헥타르·445만㎡)에 달한다.

마침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미국에 10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또 다시 증설을 예고했다.

이로써 TSMC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에서 일단 벗어난 모습이다. 연일 대만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올렸던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최근 ‘대만’ 언급이 사라진 것부터 단연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의 95%를 훔쳤다”고 주장하며 대만으로부터 방위비를 받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비쳐왔다.

그 결과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두 달도 안 돼 TSMC로부터 대형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TSMC는 이번 투자가 정치적인 이유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웨이저자 회장은 6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추가 투자는) 미국 내 수요 증가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생산라인 (예약이) 이미 꽉 찼고 내년, 내후년에 건설할 생산라인 역시 모두 예약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라이칭더 총통도 “TSMC가 대미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어떠한 압력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드라 왓슨(왼쪽 네번째부터) 애리조나 상무국 CEO, 로즈 카스타나레스 TSMC 애리조나 사장,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 Y.L 왕 TSMC 애리조나 CEO. [TSMC SNS]
산드라 왓슨(왼쪽 네번째부터) 애리조나 상무국 CEO, 로즈 카스타나레스 TSMC 애리조나 사장,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 Y.L 왕 TSMC 애리조나 CEO. [TSMC SNS]

TSMC가 선제적으로 추가 투자 결정을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한국’이 됐다. 연일 ‘한국’을 입에 올리며 으름장을 놓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TSMC처럼 미국 투자를 더 확대하라는 시그널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관세 부과에 이어 반도체 보조금 폐지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 건설을 대가로 받기로 한 보조금마저 날릴 위기에 처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 중인 삼성전자가 TSMC의 투자에 더욱 고심이 깊을 수밖에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공격적으로 미국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현지 빅테크 고객사들의 물량 선점이 더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웨이저자 회장이 “내년과 내후년 건설한 미국 생산라인 역시 예약이 꽉 찼다”고 말한 것에서 TSMC의 압도적인 위세를 읽을 수 있다.

대만 국책 연구기관인 중화경제연구원(CIER)의 롄셴밍 원장도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TSMC가 먼저 1000억달러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제 다음으로 걱정해야 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서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부사장)을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사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응 강화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를 앞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