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으로 순차 지급 나서

납품정상화 기조에 “한숨돌렸다”

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홈플러스가 4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인근 신호등에 빨간색 불이 켜져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개시한 홈플러스가 협력사 이탈로 영업 중단 고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은 일시 중단한 납품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전날 3000억원의 가용현금으로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한 데 따른 후속 대응이다. 오뚜기는 전날 납품을 중지했다가 이날 납품을 재개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금융 조치에 대한 협의가 이뤄져 정상적으로 물품을 납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 측은 오는 8일부터 다시 홈플러스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봤다.

삼양식품은 오는 10일부터 납품을 재개한다. 롯데웰푸드와 삼양식품은 이날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지연된 대금을 지급받고 납품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동서식품·팔도 등은 아직 납품 정상화를 위해 홈플러스와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전날 오후부터 상거래 채권 지급을 순차적으로 재개한 뒤 협력사들을 상대로 납품을 재개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다”며 “긍정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과 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중단 없이 정상적으로 물품을 납품하고 있다.

전날부터 납품을 중단한 LG전자의 경우 5일까지 판매한 대금을 홈플러스가 지급해 기존에 구매한 고객에게는 정상적인 배송이 이뤄진다. 추후 출하 여부는 여전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날 홈플러스 측과 현재까지 주문이 들어온 건을 놓고 제품 공급과 대금 납입에 대해 협의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피며 추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일반 상거래 채권 대금 지급을 재개했지만, 총채권액의 일부에 대해서만 입금 계획을 밝혀 채권자들이 나머지 채권에 대해서도 입금 계획을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홈플러스가 지난 4일 신청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받아들여 모든 채권에 대한 변제가 일시 중단된 바 있다.

홈플러스의 자금 집행이 전날 오전까지 묶이자 오뚜기·롯데웰푸드·롯데칠성·삼양식품·동서식품·LG전자 등이 잇달아 납품을 중단했고, 홈플러스가 전날 오후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하면서 납품 중단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날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고 영업활동으로 유입되는 순 현금도 이달에만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력사·테넌트(임차인)·하도급업체들 중 일부는 홈플러스의 자금 집행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홈플러스 납품업체는 1800여개, 테넌트는 8000곳에 달한다.

협력사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홈플러스가 회생 개시로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원천 봉쇄돼 매장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 언제라도 ‘돈맥경화’(자금경색)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날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낸 조기변제 허가 신청을 승인했다. 홈플러스가 신청한 조기변제 규모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2024년 12월분, 올해 1·2월분 등 석 달 치의 물품·용역대금(상거래 채권)으로 3457억원 상당이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