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2024년 성인지 결산 보고서’…제작자 등 핵심 인력도 여성 늘어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해 한국 영화 흥행작 10편 중 6편 꼴로 성평등 테스트인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영화 개봉작의 핵심 창작 인력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전 직종에서 상승하는 등 성별 균형 측면에서 개선된 흐름이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한국 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 영화 흥행 상위 30위에 오른 27편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16편으로 59.3%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벡델 테스트는 영화의 성평등 정도를 평가하는 시험으로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최소 2명 등장하는가’, ‘그 두 명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가’, ‘그 대화의 주제가 남자 이외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영진위는 흥행 상위 30편 중 성별 분석의 모호함이 있는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공연 실황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을 제외한 27편을 분석했다.

27편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작품은 ‘파묘’, ‘파일럿’, ‘히든페이스’, ‘시민덕희’ 등이었다.

영진위는 벡델 테스트가 작품 내 이름과 대사를 가진 여성 주·조연과 단역 캐릭터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런 결과는 주·조연을 맡은 여성 캐릭터가 양적으로 증가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27편 중 첫 번째 주연(주연 1)이 여성인 영화는 7편으로 25.8%를 차지해 전년(20.7%)보다 비율이 상승했다. 주연 1과 주연 2가 모두 남성인 영화는 14편(51.9%)으로 비율이 전년(58.6%)보다 낮아졌다.

다만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가 있는지 조사하는 ‘여성 스테레오타입 테스트’에서는 ‘범죄도시 4’, ‘베테랑 2’, ‘소방관’, ‘하얼빈’ 등 12편(44.4%)이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023년(44.8%)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다양하게 재현되는지를 조사하는 다양성 테스트에선 27편의 합계 점수가 12점으로 2023년(7점)보다 상승했다. 다양성 테스트는 장애인 등 소수자의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지, 그런 캐릭터가 주인공인지, 캐릭터들이 편견에 도전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다양성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혐오 표현이 등장하는 영화는 27편 중 10편(37.0%)이었다.

영진위가 지난해 실질 개봉작(연간 상영 회차가 40회 이상인 일반 영화와 전체 독립·예술영화)인 한국 영화 182편을 대상으로 조사한 핵심 창작인력의 성비는 전 직종에서 상승했다.

여성 주연이 91명으로 전체(189명)의 48.1%를 차지해 전년(81명·40.7%)보다 사람 수도 늘고 비중도 상승했다.

여성 제작자(90명·25.6%), 프로듀서(85명·35.0%), 각본가(75명·34.7%), 촬영감독(20명·8.9%)도 전년보다 사람 수가 증가하고 비중이 높아졌다.

여성 감독은 48명으로 24.0%를 차지해 전년(22.8%) 대비 비중은 높아졌으나, 사람 수는 전년(49명)보다 1명 줄었다.

영진위는 한국 영화산업의 성별 균형 정도를 파악하고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성인지 통계 보고서를 매년 작성하고 있다.

영진위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을 지나며 퇴보한 양상을 이어오던 한국 영화산업의 성별 균형, 성평등 및 다양성 관련 지표들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면서도 “정형화된 여성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하는 흐름은 성별 균형 및 성평등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지속돼야 하고, 불평등 구조에 대한 더 세밀한 관찰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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