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트뤼도 총리 사임 의사

2015년 11월부터 약 10년간 총리

이민자·트럼프 관세 등에 여론 악화

반미감정에 집권당 지지율 다시 올라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집권당인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고 있다. [로이터]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집권당인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캐나다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9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총리 후임 당대표로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카니 전 총재는 이날 발표된 당대표 선거 결과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로 경쟁자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을 누르고 차기 당대표로 당선됐다.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내각책임제의 캐나다에서 카니 신임 대표는 이번주 중 24번째 캐나다 총리에 공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월 트뤼도 총리는 후임이 정해지는 대로 당대표 및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9년 넘게 캐나다의 총리직을 수행해왔다.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최근 2년여간 하락세를 보여왔다.

또한 연립내각을 구성했던 동맹 세력들이 잇따라 등을 돌려 집권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여기에 지난 1월 새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늘어놓으면서 트뤼도 총리는 내외적으로 곤란을 겪었다.

캐나다는 선거법에 따른 정기 총선은 오는 10월 예정돼 있다.

하지만 현직 의원 신분이 아닌 카니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조기 총선 필요성을 주장해왔기에 조기 총선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카니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3∼2020년엔 외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했다.

캐나다 집권 여당 자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AP]
캐나다 집권 여당 자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된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AP]

현직 의원이 아닌 데다 대중적인 지명도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그는 트뤼도 총리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위협 대응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통’임을 내세워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3월 4일부터 부과하려다 4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상당 부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4월 2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캐나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현지에서는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성 공약이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여당인 자유당 지지율은 트뤼도 총리의 사임 의사 발표 이후 반미 정서 부상과 맞물려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CBC뉴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캐나다 자유당 지지율은 지난 1월 6일 20.1%에서 이달 5일 30.8%로 반등한 상태다. 지지율 1위인 보수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같은 기간 24.1%포인트에서 9.5%포인트로 좁혀졌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