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박물관 소장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보존처리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 보존처리 과정.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 보존처리 과정.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0여 년 전, 평안감사는 대동강에서 평안도 도과(道科·조선시대 각 도의 감사에게 명해 실시한 특수한 과거시험)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문·무과 장원을 축하하는 연회를 열었다. 뱃놀이를 즐기며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는 모습은 한 폭에 한 장면씩 시간 순서대로 그려졌다. 그렇게 제작된 8폭 병풍이 보존처리를 거쳐 30년 만에 한국에서 공개된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삼성문화재단과 함께 미국 피보디에식스(Peabody Essex) 박물관이 소장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의 보존처리 작업을 마치고 11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공개한다고 10일 밝혔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 보존처리 과정.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8폭 병풍 보존처리 과정.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보존처리는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에서 약 1년 4개월간 진행됐다. 국내 사립 미술관이 나라 밖 문화유산 보존을 지원한 첫 사례다.

오랜 노력 끝에 제 모습을 되찾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행사 기록화다. 도과 급제자 일행이 배를 타러 이동하는 순간부터 평양성의 동쪽 부벽루에서 벌인 연향(잔치), 환영 행사의 ‘정점’이었던 야간 뱃놀이 등이 화면에 담겼다. 8개 화면을 모두 펼친 폭은 5m가 넘는다. 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풍으로, 박물관 측은 1927년 은행가이자 자선가였던 조지 피보디와 W.C. 엔디콧 기금으로 산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 병풍은 1994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유길준과 개화의 꿈’에서 공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과는 차이가 컸다. 당시 병풍은 낱장으로 분리된 상태였다. 그림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서 낱장은 임의적 순서로 배열됐다. 벌레 먹은 흔적이 남아있었고, 가장자리는 특히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제작 시기도 특정할 수 없었다.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제7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平安監司道科及第者歡迎圖) 제7폭.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그러나 이번 리움미술관은 도과급제자를 환영하는 기록화임을 확인하고, 잃어버렸던 그림의 순서를 찾아냈다. 그림 보존처리 과정에서 인물의 복식과 시간 흐름에 따른 색감의 변화를 분석한 덕분이다. 그 결과, 낱장으로 보관돼 있던 그림이 원래의 병풍 장황으로 복원됐다. 유물 명칭도 ‘평안감사향연도’(平安監司饗宴圖)에서 ‘평안감사도과급제자환영도’로 분명히 했다.

재단은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이 소장한 ‘활옷’도 국내 전문가의 손을 거쳐 되살아났다고 밝혔다. 활옷은 조선시대 여성이 입던 예복 중 하나로, 19세기 말부터는 왕실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혼례 때 입었다. 현재 국내에 30여 점, 국외에 20여 점 등 50여 점이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 피보디에식스박물관이 소장한 활옷은 18~19세기 유물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활옷을 입수한 경위와 관련해 “1927년 야마나카(山中) 상회가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나카 상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한국 문화유산을 내다 판 업체로 알려져 있다.

활옷 보존처리 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활옷 보존처리 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활옷 보존처리 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활옷 보존처리 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리움미술관]

보존처리 작업을 맡은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소매에 부착된 한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김포 지역의 노비로 추정되는 ‘갑복’(甲福)의 이름이 적힌 추수기(秋收記) 일부를 찾아냈다. 추수기는 경작지의 추수 현황을 기록한 문서를 뜻한다. 재단 관계자는 “추수기에 기록된 무인년은 1818년, 1878년, 1938년 중 하나로 추정되나, 정확한 연대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과거 시험에 떨어진 사람의 답안지인 낙복지(落幅紙)를 비롯해 여러 겹의 한지를 안감에 덧댄 부분과 일부 가려져 있었던 자수를 찾아냈다.

전시는 4월 6일까지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상설 전시장인 M1 2층에서 진행된다. 이후 두 유물은 5월에 재개관하는 피보디에식스박물관 한국실에서 주요 문화유산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