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방산업체 BAE시스템스 간담회

“韓업체, 이미 기납품…협력 불가피”

롭 웨리메더 BAE 시스템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1일 용산구 한남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이다. [고은결 기자]
롭 웨리메더 BAE 시스템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1일 용산구 한남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 중이다. [고은결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의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유럽산 구매)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유럽 최대 방산업체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 아직은 실질적 악재가 아니라고 봤다. 각국 업체 간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면 ‘한국산 무기’ 원천 차단 가능성은 낮단 설명이다.

마노하 띠야가라즈 BAE 시스템스 한국지사장은 11일 용산구 한남동 내 한국지점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바이 유러피안’ 전략에 대해 “악재라고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는 세계 6위, 유럽 1위 규모로 지난해 매출은 한화 약 52조원에 달한다. 그는 “이미 한국 방산기업들이 유럽에 납품 중인 제품이 있고, 일부는 폴란드에 생산되고 있거나 생산 예정”이라며 “바이 유러피안 정책이 있더라도 결국 협력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총 8000억유로(약 1258조원) 동원을 목표로 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며 유럽산 우선 구매 정책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유럽은 우리나라 주요 방산 수출 시장인 만큼, 이런 정책이 국내 기업에 타격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잇따랐다. 현재 국내 방산기업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K-9 자주포, K2 전차 등을 수출해왔다.

유럽산 구매 기조는 공동 예산에 국한된 것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방산 선진국들은 한국 업체의 ‘안방 진출’을 우려하는 만큼 아직은 예단키 어렵단 관측이 많다. 다만 띠야가라즈 지사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외국 업체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한국 업체와 협력해 들어오는 게 가장 유리하다”며 “반대로 (한국 업체도) 유럽 업체와 함께 들어오는 게 유리해, 그런 측면에서 상호호혜적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가 넓어지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며 협력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BAE 시스템스는 고무보트 등에 부착할 수 있는 자율주행 키트, 가상 훈련 환경 플랫폼인 ‘프로젝트 오디세이’ 등 공급을 추진 중이다. 보트, 헬리콥터 등 타사의 제품에 자사의 플랫폼만 공급하는 방식이다.

가령 오만 연안에서는 10m 길이의 고무보트를 활용해, 자율주행 키트를 장착해 자율주행 해상체계로 바꾸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호주 육군의 M113 장갑차에 ‘오토노미 키트(autonomy kit)’를 적용해, 구형 유인 플랫폼을 무인 플랫폼으로 구현하기도 했다.

롭 웨리메더 BAE 시스템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구형의 지상체계를 유인에서 무인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 중”이라면 “M113을 통해 구형 플랫폼을 무인화해 작전 수행성이나 수명을 늘리는 방안을 시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차원에선 신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고객 입장에선 유인체계와 무인체계 간 전술 기회 차이점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웨리메더 CTO는 “한국에서는 조인트 벤처(JV) 등 형태로 진출한지 오래됐으며, 전자시스템 사업부가 가장 활발히 활동해왔다”며 “항공제품의 경우 뜯어보면 자사의 제품이 하나씩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시장에 (BAE 시스템스의 새로운 플랫폼이) 진입하기 위해선 한국 업체의 역량과 협력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며 “오늘 공개한 기술 일부는 실제 우크라전에서 사용됐으며 성숙도가 충분하고, 장기적으론 한국에서 자율주행 키트 공급을 늘리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