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인터뷰
새 친구 만나며 삶의 활력 되찾아
북촌 특별관리 ‘주민 정주권’ 보장
9월 중장년 제외한 모두에 버스비
함께 번영 ‘종로모던’ 발전 지향점

“제가 정치 20년 넘게 하면서 이렇게 칭찬을 많이 들은 게 있나 할 정도였습니다. 어르신들의 설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뿌듯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종로구는 어르신의 외로움을 덜어드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진심이다. 종로구의 노력 덕에 새로운 친구를 찾게 된 어르신들은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이를 통해 종로구 전체가 활기찬 동네로 바뀌고 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지난 7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종로구의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젝트 ‘굿라이프 챌린지’ 이야기부터 꺼냈다. 굿라이프 챌린지는 어르신판 ‘나는 솔로’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운현궁에서 진행됐는데 65세 이상 남녀 어르신 34명이 모였다. 행사 참가자 평균 연령은 75세였으며 최고령은 91세 어르신이었다.
정 구청장은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 것 같다. 어르신들 모두 설렘을 안고 정성껏 꾸미고 나오셨다”며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 중 6쌍의 어르신 커플이 탄생했는데 지금도 잘 지내고 계시는지 한 번 연락을 드려볼 생각”이라며 “꼭 연애가 아니어도 말년에 친구가 생겨 외롭지 않게 됐다며 흡족해하셨다”고 덧붙였다.
종로구는 지난해 어르신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올해에도 봄과 가을 두 차례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보다 많은 어르신의 참가로 종로구의 봄과 가을은 더욱 활기가 넘칠 것으로 기대된다.
종로구는 이와 함께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사는 어르신을 위해 전국 최초의 차량 이동서비스 ‘어르신 돌봄카’도 운영하고 있다. 대중교통 노선이 없는 관내 골목길 곳곳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2023년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 우수사업 장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종로구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의 중심지다. 하지만 관광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곳에 사는 주민의 삶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촌이 대표적이다. 한 해 600만명이 찾는 북촌은 오랜 기간 관광객의 소음, 사생활 침해, 쓰레기 문제 등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해 왔다. 이에 종로구는 지난해 7월 국내 처음으로 북촌 일대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구역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다.
구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해당 제도에 대한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주민들로 구성된 북촌보안관이 마을을 다니며 관광객을 계도하고 위반자를 확인하고 있다. 2회 이상 구두경고 후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북촌은 아름다운 한옥들로 많은 사랑을 받는 동네지만 관광지가 아닌 엄연히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며 “관광객 방문 시간제한으로 주민들에게 ‘평범한 일상을 10년 만에 누릴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구만의 또 다른 시도인 버스교통비 지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종로구는 지역 특성상 동부 지역에 지하철 노선이 편중돼 서부 지역은 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때문에 서부 지역 주민은 외부로 이동할 때 버스를 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종로구는 중장년(40~64세)을 제외한 모든 연령에게 버스 교통비를 지급할 계획이다. 어르신(65세 이상)과 청년(19~39세)에게는 연 최대 24만원, 청소년(13~18세)은 16만원, 어린이(6~12세)는 8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별도로 카드를 발급할 필요도 없고 최저 이용횟수 기준도 없다.
이달부터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고 사업 운영기관 선정, 해당 서비스 누리집 개발, 콜센터 운영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 구청장은 “대중교통비는 복지 혜택이 아닌 공공재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영위할 수 있는 필수적 공공재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의 상징 ‘탑골공원’ 개선도 추진 중이다. 종로구는 2023년 탑골공원 개선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탑골공원의 중장기 개선 방안을 정립했다. 1980년대 설치된 담장 일부에 대한 해체를 지난해 시작, 폐쇄됐던 북문과 동문을 개방했다. 올해에는 서문이 본래의 위치에서 원래의 형태를 찾을 수 있도록 복원할 계획이다.
정 구청장은 “탑골공원은 3·1운동 독립선언서 낭독과 독립을 외친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민족사의 현장”이라며 “도심에 위치해 접근이 쉽지만 현재는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컸다. 복원 사업을 통해 모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열린 시민 공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종로구는 고질적인 문제였던 주차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해 공영주차장 확충을 적극 추진 중이다. 삼청제1공영주차장을 시작으로 옥인동·창신소담 등 총 3곳의 신규 공영 주차장이 조성되면 444면의 주차 공간이 새로 생기게 된다. 또 안국역~천주교 가회동성당 구간에 지하주차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종로구는 저층주거지역 정주여건 개선 작업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뉴빌리지’ 사업에 선정된 옥인동과 신영동을 중심으로 정비 사업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이런 모든 종로구의 사업은 정 구청장이 강조하고 있는 ‘종로모던’이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모던은 우리식 고도 현대화를 위한 방향 설정이자 종로발전의 지향점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서로 도와 함께 번영하는 공존공영이라 할 수 있다”며 “종로구는 현재 종로모던을 기반으로 종로의 기분 좋은 변화를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민 분들을 만나보면 소소한 불편사항부터 일자리, 복지 등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현안, 숙원 사업까지 다양한 말씀을 하신다”며 “그 목소리의 중요성을 알기에 주민에게 꼭 필요한 일, 주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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