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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화예술계는 ‘보릿고개’를 지나는 중[권혜수의 문화텔레스코프]
‘보릿고개’라는 말, 잊힌 지 오래 문화예술계의 ‘보릿고개’는 여전 문화 텔레스코프-문화·예술 현장편 ○ 문화예술계 ‘보릿고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봄이 왔다, 겨울을 이겨낸 초목들의 물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보릿고개’란 말이 있다. 겨울이 지나 보리가 익기 전까지 식량이 부족했던, 우리 역사에서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는 생존의 처절한 시기였다. 예술은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민요에는 보릿고개의 어려움을 견디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던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고, 판소리에도 보릿고개를 겪으며 서로 돕는 공동체 정신이 강조되는 대목들이 존재한다. 보릿고개는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의 시기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위로받고 공동체의 힘을 확인했던 시대였다. 음악과 무용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역할을 했으며, 민속악과 전통 공연예술은 그 당시에도 중요한 위로의 수단이 되었다. ○ 현실의 ‘보릿고개’, 지원 체계의 한계와 예술인들의 고통 먹거리가
2025.03.07 16:21 -
[사설] 이제야 연금개혁안 접근, 여야 국정협의 속도 더 내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제야 연금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접근시켰다. 여야는 6일 모수개혁을 먼저 협의하고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는 추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조개혁과 함께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가진 양당간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장 간 회동에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빠졌지만 이날 회의는 여야정 국정협의회 차원에서 열렸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여야가 모여 이만큼이라도 국정 현안에 뜻을 모은 것은 약 3개월만에 처음이다. 추가경정예산안과 반도체특별법도 한시가 급한데 아직도 평행선이다. 여야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에서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국민의힘 43%, 민주당 44%인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 의장이 중간인 43.5%로 하고 현재 정부가 5년마다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보고를 강화하는 중재안을 냈지만 여야가 수용하지 않았
2025.03.07 11:09 -
[이영만의 세상만사] 봄인 듯 봄 아닌…봄다운
봄이다. 머잖아 봄바람, 꽃바람이 겨우내 닫혀 있었던 몸과 마음을 열어젖힐 터이다. ‘봄추위가 장독 깬다’고 경칩 지낸 날씨 치곤 제법 맵지만 우리는 안다. 그야말로 혹독한 동장군도 ‘따스한 바람, 품에 안고 살랑살랑 다가오는 봄처녀’를 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오늘 우리네 춘삼월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느닷없는 계엄과 몇 달째 뒤엉켜 있는 탄핵 찬반의 소용돌이로 정치는 어지럽고, 경제는 회복이 가물가물하고, 사회는 어수선하고, 살림은 쪼그라들었다. 기쁠 땐 궂은 비도 낭만이지만 서글플 땐 화사함도 비극이듯이 어쩌다 찾아오는 즐거움도 즐길 수 없다. 가슴 한구석에 도저히 털어낼 수 없는 찜찜함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러나 마냥 그러지 않아도 된다. 돌이켜보면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이런 봄’이 처음은 아니다. 을사늑약의 빌미가 된 1904년 2월, 전두환의 ‘친위 쿠데타’로 비롯된 1980년 3월,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의 4월이 그러했듯 부지기수였
2025.03.07 11:08 -
[사설] 돈줄 말라가는 기업들…정책 불확실성 해소부터 먼저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나빠졌고, 5곳 중 1곳은 이자 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한다. 기업 대부분( 96.9%)이 올해 경제 위기 가능성을 염려하고, 이 중 22%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기업들이 이제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1000대 기업(공·금융기업 제외, 100개사 응답) 중 지난해보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곳은 호전됐다는 곳의 3배에 달했다. 특히 건설·토목(50.0%), 금속·철강(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높은데, 수요둔화에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높은 차입금 등 어려움이 겹친 탓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자금조달 창구 마저 막힐 경우 ‘제2의 홈플러스 사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신용등급 평가 전망이 부정적인 곳이 20개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경
2025.03.07 11:07 -
[사설] 도 넘은 MBK 도덕적 해이…사모펀드 규제 강화해야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회생 신청 불과 열흘 전까지도 단기채를 발행하며 운영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직전에 신용등급이 급락하자 곧바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투자자 보호보다 자산 회수를 우선해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떠 넘긴 것이다. 홈플러스는 올해 들어서만 745억원 규모의 단기채를 발행했는데 대형 기관이 아닌 일반 개인과 법인에게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MBK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매각한 자산에서 얻은 수익으로 주요 기관들과의 관계는 유지했지만 소액 투자자들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전 이미 주요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한 후, 회생 절차를 진행해 더 이상의 손실을 피하려 했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 금액은 7조2000억원이었는데
2025.03.06 11:10 -
[사설] “韓 관세 4배”라는 美…여야, 초당적 통상총력전 급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관세와 주한미군 문제, 반도체법, 알래스카 에너지개발사업 등 우리에겐 ‘핵폭탄급’이라 할 만한 이슈를 전방위로 던졌다. 트럼프 정부의 전례없는 공세에 우리도 기존의 대응방식을 뛰어넘는 창의적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 정상외교 공백 상황에서 여야가 해야 할 역할이다. 초당적으로 통상총력전에 나서 정부와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나 높다”며 “우리가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우방국이 이렇게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생산시설 건립 보조금 지급 근거인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은 폐지하겠다는 의사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는 반도체법이 “끔찍한 것”이라며 “우리는 수천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아무 의미도 없다”고 했다. 또 “우리는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의 LNG(
2025.03.06 11:10 -
[데스크칼럼] ‘관용과 개방’의 매혹적인 미국은 사라졌다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요즘 한국이 처한 상황이다. 국제 정치 질서와 경제 흐름에서 ‘난 누구, 여긴 어디’의 느낌이다. 얼마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다녀온 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는 미 행정부가 한국의 리더십 교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한국의 정치 상황이 정리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화당 관계자의 전언이라고는 했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현 야당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대북 문제에 있어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이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머릿속을 맴돌던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의 행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말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일방적 종전 구상을 압박했다. 젤렌스키는 반발했다. 트럼프는 바로 군사원조 중단을 언급했고 이후 젤렌스키는 사과하며 꼬리를 내렸다.
2025.03.06 11:10 -
[사설] 加·멕·中 보복관세…美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대비해야
미국이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상대 3개국은 각각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보복의 악순환 회로 속으로 진입하며 전방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마약과 군사, 안보 등 비(非) 통상 이슈를 관세와 연계시켜 협상 ‘지렛대’로 삼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가중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확전일로인 무역 전쟁이 미국의 상대국 뿐 아니라 미 경제도 타격해 고물가와 경기후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날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각각 25%의 관세를, 중국산엔 지난달 10%에 이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이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에 대한 관세·비관세
2025.03.05 11:06 -
[사설] 곳곳서 피크코리아 징후, 추경 등 경기대응책은 하세월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 를 나타내면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월 전(全)산업생산은 전달보다 2.7% 감소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2월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14.2% 급감해 2020년 10월 이후 최악의 성작표를 받았다. 움츠러든 소비도 반등하지 못했다. 정부가 설 연휴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하며 내수 진작에 나섰지만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0.6% 떨어졌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망도 어둡다. 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액(6838억달러)을 감안하면 전체 수출액의 약 6.6%가 증
2025.03.05 11:05 -
[김재홍 칼럼] 진보-중도-보수 이념논쟁의 정치사
정치권에 이념논쟁이 벌어지면 새 판 짜기를 떠올리게 된다. 해방 후 새 정부 수립을 위한 정치과정에서 좌우익 이념논쟁이 극심했다. 또한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그런 정치적 환절기 같은 변화 모습들이 감지된다. 좌우익 이념은 본래 경제제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소득세와 상속세의 세율, 성장과 분배 및 복지의 우선순위, 기업 규제와 재벌 개혁의 속도, 자유경쟁 시장과 공정거래 정책 등이 정치이념과 맞닿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안 정책들의 국회 입법이 논의되는 가운데 “중도보수” 노선을 천명했다. 이에 권성동 원내대표를 위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장하지 말고 중도보수를 실천하라”고 역공했다. 그러자 민주당 친명계의 좌장으로 통하는 정성호 의원은 “할 수만 있다면 중도보수 연대를 했으면 좋겠다”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양극단의 정치상황에서 전환하기 위한 연합정치를 언급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 여론조사도 지난 해 사회갈등 체감지수가 역대 최고수준이며 진보-보수 간 갈등
2025.03.05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