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축구선수 황의조가 불법촬영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를 받자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2차 피해가 여전하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피해자 A씨는 3일 공개된 K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불법 촬영이 없었다면 유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법촬영 가해자가 한순간에 피해자가 되어버린 상황이 매우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1심 재판부가 불법 촬영물 유포를 그의 형수가 했다는 이유로 황의조를 피해자처럼 거론한 부분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셈이다.
특히 A씨는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2차 피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황의조 측 법률대리인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A씨의 신상정보 일부를 공개한 것이 ‘2차 피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했던 카톡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언론을 통해서 했다”며 “피해자를 돈 뜯어먹으려는 꽃뱀처럼 프레임을 씌웠다”고 억울해 했다.
더욱이 A씨는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자신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사로부터 ‘직접 나와 발언하라’는 제안을 전달받았다”며 “성범죄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신상 노출인데, 기자와 직원들 사이에 본인 모습을 노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한편, 황의조는 2022년 6∼9월 4차례에 걸쳐 상대방 동의없이 성관계하는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2명으로, 황의조는 2023년 6월 자신과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공유한 형수를 협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불법촬영 정황이 포착됐다.
법원은 지난 달 14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황의조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4년을 구형했었다.
또 피해자 1명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으나, 황의조가 영상통화 중 몰래 녹화한 다른 피해자 1명에 대한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법 촬영 범죄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심각성을 볼 때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4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관계 장면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범행 횟수와 촬영물의 구체적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으며 황의조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다만, 법원은 황의조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과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점, 제3자의 범행으로 촬영물이 SNS에 유포됐으나 그가 해당 범행에는 가담한 바가 없다는 점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제3자가 유포한 영상과 사진만으로는 피해자의 신상을 특정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2차 가해’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황의조는 첫 기일에서 돌연 자백과 반성을 한다고 했고, 두번째 기일에선 기습공탁이 이뤄졌다”며 “법원이 가해자에게 얼마나 너그럽고 피해자의 상처에 얼마나 이해도가 낮은지 보여주는 전형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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