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차기 대선 적합도’ 조사

46.3%로 1위…중도층 4.9%p↑

“李 ‘중도보수’ 선언이 영향 미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모두의질문Q’가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첫 번째 대담에 참석한 모습. 첫 대담 영상은 2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의 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모두의질문Q’가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첫 번째 대담에 참석한 모습. 첫 대담 영상은 2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헤럴드경제=안대용·박자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민주당의 정체성 논란을 직접 촉발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2월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고 말하면서 불을 당겼고, “민주당은 본시 중도정당”(2월 23일 페이스북)이라며 논쟁을 이어갔다. 3.1절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선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보수일 수 없다”며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회복하고,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는, 정상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행보가 이 대표의 지지율 수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도’에 기준을 잡고 ‘보수’의 역할을 강조하며 시선을 돌리자 중도층과 보수층이 이 대표에게 반응하는 듯한 여론조사 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남겨둔 시점에 이 대표가 일단 중원싸움을 선점하는 모양새다.

4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전날(3일) 공개된 정례 여론조사에서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와 관련해 이 대표는 46.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로, 해당 질문 관련 직전 조사(2월 2주차) 때 43.3%와 비교해 3.3%포인트(p)가 올랐다. 다자대결 구도에서 지지율이 50%에 가깝게 나온 것이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전체 2위이자 여권 인사 중 1위를 차지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18.9%보다 27.4%p 높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응답자의 이념 성향에 따라 나눠 보면 ‘중도층’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도층은 조기대선이 현실화 될 경우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들이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로 꼽은 응답자의 경우 직전 조사(2월 2주차)에서 이 대표 지지율이 46.6%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51.5%로 4.9%p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층’에서도 이 대표 지지율이 올랐다. 자신의 성향을 ‘보수’로 꼽은 응답자 중 이 대표 지지율은 직전 조사 16.3%에서 이번 조사 19.4%로 3.1%p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이 먹힌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중도층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이념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걸 밝히기 꺼려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럼에도 본인이 보수나 진보라고 밝히는 경우는 굉장히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이라며 “이 사람들은 대체로 지지 후보나 지지 정당이 결정돼 있다”고 했다. 반면 중도층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거 막판까지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중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선거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1월 23일 ‘성장 우선 담론’을 들고 나왔던 신년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실용주의를 내세워 ‘우클릭’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20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 현장 방문 자리에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결국 그 나라 경제성장의 전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 성장 발전’을 비롯해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내용들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정당에서 우선순위를 앞세워 강조했던 지점들이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6.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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