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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끝까지 시민 안 놓은 소방관, 위정자들은 누구 손 잡고 있나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추락 위기의 시민 손을 45분간이나 맨손으로 잡고 버티며 구조에 성공한 구급대원이 화제다. 경북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가 주인공이다. 그는 아찔한 높이의 다리 난간에 매달린 트레일러 운전기사의 손을 잡고 추위와 몸무게를 견디며 20여명의 대원들과 영웅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막중한 책임과 소명의식, 직업정신이 아니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비유컨대 지금 민생이 벼랑에 매달린 신세와 같으니 과연 국민 곁엔 박 소방교같이 믿고 의지할 존재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이하 위정자들은 누구의 손을 잡고 있는가. 28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아침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난간과 충돌했다. 사고로 차량 운전석 일부가 파손되며 60대 운전기사의 하반신이 11m 높이 교량 난간 밖으로 빠져나갔다. 대원들과 현장에 도착한 박 소방교는 급
2024-11-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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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칩스법 보조금도 위태…정부 역할 ‘골든타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관세폭탄을 예고한데 이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보조금 지급 정책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당장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현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자동차·가전 업체의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칩스법 보조금 약속을 받았던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계획도 위태롭게 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무엇보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최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칩스법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로부터 나왔다. 그는 26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정부가 임기 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2024-1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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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직접 대화해도 한국 패싱·北비핵화 포기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조기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같은 새로운 외교적 노력이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리에겐 북미정상회담이 고조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한국 패싱’과 ‘북한 비핵화 노선 포기’가 현실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안보 이익과 발언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 후 북미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은 일찍부터 예견돼 왔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줄곧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2024-11-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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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는 트럼프의 승리를 알고 있었다 [이형석칼럼]
“도널드 트럼프가 남성 경쟁자들을 괴롭히는 기술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예비 선거 기간 동안 도널드는 자신을 크게 부풀리고, 목소리를 착 깔고 상대를 비하하는 별명으로 모욕하면서 불쌍한 동료 후보들을 짓뭉겠다. 그는 스테로이드가 넘치는 수컷 침팬지처럼 거들먹거리면서 예비선거를 사실상 남성성이 과다하게 분출되는 몸짓 언어 경연장으로 바꿔놓았다.”(프란스 드 발,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 “알파(우두머리) 침팬지의 특히 효과적인 지배 매커니즘은 ‘돌진 과시’다. 알파 수컷은 본질적으로 광란에 빠져 근처의 다른 수컷을 향해 돌진하면서 비명을 지르고 야유하고 흉포한 몸짓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선동적인 트윗은 인간 버전의 ‘돌진 과시’다.” (댄 맥애덤스, 2017년 ‘가디언’ 칼럼) 트럼프 1기 때는 그를 침팬지 알파 수컷의 행태와 비교하는 기사와 연구가 쏟아졌다. 과거 인간에게 절대적이고 독보적이었다고 했던 지능과 감정, 그리고 정치사회적 생활이 포유류 특히 오랑우
2024-11-2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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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럽 타격한 中전기차 韓상륙…수출·내수 지킬 비책을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중국 업체 BYD(비야디)가 내년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국 전기차는 가격경쟁력과 배터리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유럽 완성차 및 부품 시장을 전방위로 타격하고 있는 마당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기업들도 수출 전선에서는 물론이고 안방에서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차기 미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정책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에 이어 우리 업계가 직면한 또 다른 난제이자 리스크다. 자동차산업이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만큼 민관이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한다. BYD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시 그룹본부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1월 한국에서 정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며 “최상위 기술과 제품들을 가지고 한국의 전동화 과정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BYD코리아가 한국 진출을 선언한 지 일주일만에 한국 언론을 초청해 전기차
2024-11-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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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세만 문제 아니다…비트코인發 변동성 대응전략 필요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미국 대선 후 미친듯한 오름세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1개당 9만9000달러를 돌파했다. 대선일이었던 5일 이후 보름여만에 40%가 넘게 올랐다.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할 정도로 친(親) 가상화폐 정책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다.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백악관에 가상화폐 전담 부서 신설과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 차원에선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률이 부진한 한국 증시에는 자금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전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 자산으로 삼겠다고 했다. 언젠가 비트코인이 금을 추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안전자산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임기 첫날 가상자산 규제론자인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도 공약했는데, 겐슬러 위원장은 한발 앞서 “(대통령 취
2024-11-2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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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권력교체와 러 핵위협에 운명 달린 우크라이
우크라이나가 20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전날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 6발을 러시아 접경지 브랸크스로 발사한 지 하루 만이다. 우크라이나의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처음으로 허용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대인지뢰 제공도 전격 승인했다. 러시아는 19일 ‘핵 교리’를 개정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무기 사용 위협으로 맞섰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미국 대선을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권력교체와 러시아의 핵위협, 북한의 파병에 우크라이나 운명이 걸린 양상이다. 바이든 정부가 종전 방침을 바꿔 장거리 미사일과 대인지뢰 봉인을 해제한 것은 북한의 참전으로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휴전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고, 러시아와 당장 전쟁을
2024-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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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親화석연료, 산업·에너지정책 위험분산 중요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여 채택한 공동선언문엔 무탄소 에너지를 확대하고 파리기후협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합의가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국제사회 기후 대응을 비웃듯 차기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재벌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친환경 정책에 반대하고 화석연료 확대를 주창하는 인물을 주요 에너지 기관 수장으로 뽑았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이에 상반된 트럼프의 친(親)화석연료주의는 우리에겐 난제이자 기회이다. 트럼프는 기후 위기론을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해왔다.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크리스 라이트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프래킹)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리버티에너지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라이트는 민주당의 지구 온난화 대책을 소련식 공산주의에 비유해왔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석유와 가스가 사람들을 빈곤으로부터 구한
202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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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인도 나라도 ‘나만 낙오’ FOMO증후군...정치 제역할해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후 우리 사회에 나타난 지배적 정서는 ‘나만 낙오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다. 남들 모두에게 찾아온 기회를 자신만 놓치게 될까 봐 두려움에 빠지는 심리적 현상을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라 하는데 특히 금융시장에선 주식이나 가상화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이들에게서 나타난다.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증시가 ‘트럼프 랠리’로 뜨거운데 한국 증시만 차갑다. 삼성전자 주식만 믿고 비트코인 한 조각, 테슬라 주 하나 미리 챙기지 못한 개인들은 열패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도, 나라도 극심한 포모증후군을 앓고 있는 셈인데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때 10만원을 바라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12일 다시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5만3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국 테슬라 주가는 지난
2024-11-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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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역사의 참혹함과 정치의 참담함 너머
“참혹함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삶의 눈부심은 결코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2014년 5월 한강,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중) “축제처럼 헤어지고 따뜻하게 다시 만나요”(2023년 2월, 서점 ‘오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강 작가로 발표된 그날, 놀라움이 진정되고선 그에 관한 두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10여년 전 인터뷰와, 지난해 2월 작가가 아들과 함께 운영하는 서점 문 앞에 내붙었던 쪽지다. ‘책방 오늘’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양재동에 있다가 통의동으로 옮겼다. A4 용지의 쪽지는 서점의 이사와 마지막 행사를 알리는 글이었다. 작가가 직접 쓴 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 장식없이 똑같은 크기 똑같은 글자체로 쓰여진 알림글은 그의 말결과 차분한 목소리를 빼닯았다. 손님들과 갖는 마지막 행사의 이름은 ‘우리가 읽은 것들’이었고, 그동안 손님들이 책을
2024-10-28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