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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대 저성장 고착화, 재정 역할 확대 불가피
한국은행이 28일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것은 그만큼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내리 하향 조정했는데 올해는 2.4%에서 2.2%로, 내년은 2.1%에서 1.9%로 예상했다. 내후년은 성장률이 1.8%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 동력이 약화돼 1%대 저성장 국면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 절반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했다. 부랴부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는 모양새인데 지난달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 셈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을 보이자 서두른 것이다. 하지만 추가금리인하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금리 효과가 지연돼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뒤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침체 신호는 진작 나왔다. 올해 1분기에 1.3%의 깜짝 성장을 했지
2024-11-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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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첨단 연구개발비 중국이 4배, 이러니 갈수록 경쟁력 떨어져
한국 첨단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3년 연속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때 중국을 크게 앞섰던 무역특화지수(TSI)가 역전된 것은 물론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는 중국이 한국의 4배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앞으로 더 나빠져 더 이상 중국에 팔 게 없는 처지가 된다는 말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14년부터 올해(1∼8월)까지 양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TSI)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은 2022년 24.0을 기록해 한국(20.2)을 처음 앞질렀다. 2023년엔 26.7로 한국(20.1)과의 격차를 더 벌였다. 2014년만 해도 한국(29.9)은 중국(11.8)에 크게 앞섰고 2018년까지는 격차를 유지했지만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역전됐다. 올해는 한국이 5.5포인트(p) 올라 25.6으로 반등했으나 중국(27.8)을 넘어서진 못했다. TSI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 비교 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숫자가 클수록 수출 경쟁력이 크다는
2024-11-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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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애써 키운 핵심 기술 유출, 처벌 수위 더 높여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올해에만 25건의 기술유출 사건이 적발됐다. 2021년 국수본 출범 이래 최다라고 한다. 이 중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사례가 10건에 달한다. 주로 우리와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 새나갔다.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유출기술 중 디스플레이(8건)와 반도체(7건) 등 전략기술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 특히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것은 심각하다. 국가핵심기술은 국가 안보와 경제에 직결된 중요도가 높은 기술을 뜻한다.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철강, 원자력 분야에서 70여 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단 1건이었던 핵심기술 유출이 올해 10건으로 늘었다. 우리 수출과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기술이 줄줄이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년간(
2024-11-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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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Z세대 실업률 OECD 최고, 구조적 일자리 대책 시급
한국의 실업자 가운데 25~29세 비율이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국내 실업자 5명 중 최소 1명은 Z세대(20~29세)란 얘기다. 20대 취업자 수도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올해 3분기까지 내리 줄고 있다.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이하게 경기 탓만 할 게 아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25~29세 실업자 비율은 2021년 19%에서 2022년 19.6%, 2023년 20.3%로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1위다. 청년 실업률 자체로 보면 나쁜 편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20대 후반 실업률은 5.9%로 스페인(15.7%), 프랑스(9.9%), 캐나다(6.3%)보다 낮고, 미국(4.4%), 영국(4.2%), 일본(4.1%)보다는 조금 높다. 그런데 전체 실업자 중 20대 후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집중적으로 취업을 시도하는 이 시기에 구직 실패가 그만큼
2024-11-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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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법 개정, 경제 위기 속 기업 발목 잡아선 안돼
16대 기업 사장단이 21일 이례적으로 긴급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총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강행될 경우 끝없는 소송전과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기업들의 우려다. 주요 그룹이 공동 성명을 낸 것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심각한 내수 부진이 이어진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의사의 충실 의무대상을 회사 대신 모든 주주로 넓히는 게 골자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투명 경영을 도모한다는 취지지만 개인 투자자와 투기 자본까지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해관계에 따라 중대 결정이 미뤄지거나 추진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모든 혁신 기술은 초기에는 위험 부담을 안고 가게 마련인데 당장 주주들에게 손해가 간다는 이유로 결정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2024-11-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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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성장률 1%대 우려 커지는데 위기감 안보여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불과 한 달도 안 돼 0.3%포인트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2%에서 2.0%로 내렸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암울해지고 있다. IMF가 올해 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은 내수부진때문이다. 수출호조에도 도소매와 건설 수요 부진 등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내년 상황은 더 나쁘다. 성장률을 2%로 내다봤지만 이마저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미션단 단장은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하방 리스크가 더 높다”고 했다. 2%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과 중국의 밀어내기 저가 공세,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
2024-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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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 전환점 맞은 우크라전, 안보전략 재점검 필요
미국이 사거리가 약 300㎞인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반복된 요청에도 러시아를 자극할 우려로 자제해왔던 미국이 결국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임기 시작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번 결정이 게임체인저가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러시아는 “미국의 분쟁 개입 측면에서 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다”며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당분간 글로벌 안보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북한군 투입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확전을 경계해온 입장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충돌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의 추가 파병에 영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
202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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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금 깨고 ‘마통’까지 자금이동 가속, 지켜만 볼 건가
적금통장을 깨고,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해 비트코인을 사는 이른바 ‘코인 빚투’가 다시 기승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책을 배경으로 가상자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인 쏠림이 더욱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 약세로 활황인 미국 증시로 몰려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급속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과도한 자산 이동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17일 코인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미국 대선이 있던 주(4~10일) 7조원에서 그 다음 주(11~17일) 21조원으로 약 187% 증가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로의 예치금 유입도 한 달 새 2조4000억원 증가했다.이달 들어 시중은행 5곳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7522억원 급증했는데 코인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신규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통’이 코인 및 주식 투자 자금 조달 창구가 된 것이다. 은행 예·적금이 준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요구
2024-11-18 00:00